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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몇년간 강등된 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가지 공통된 문제점이 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추락이었다. 일단 제주 구단의 특성을 좀 알 필요가 있다. 제주는 섬을 연고지로 한 국내 유일의 프로스포츠팀이다. 2005년 부천을 떠나 제주도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제주는 SK스포츠단 소속이지만 SK텔레콤을 모기업으로 하는 야구단 SK 와이번즈, 농구단 서울 SK와는 달리 SK에너지의 지원을 받는다. 다른 모기업,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제주는 다른 SK 스포츠단에 비해 비교적 본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다. 그만큼 구단 운영의 전권을 가진 대표이사의 권한이 크다는 이야기다.
프런트 규모가 크지 않은 제주는 대표이사, 단장, 그리고 3실장 체제로 유지돼 왔다. 적절한 권력 분할이 유지되며, 일반 사원들도 활발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주는 박경훈 전 감독에게 군복을 입히는 등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에서 국내 스포츠단 최초로 최고 영예인 대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균열이 온 것은 2016년 말이었다. 제주는 당시 실적이 좋지 않았던 SK에너지의 분위기와 맞물려, 명예퇴직자를 받았고 두 명의 실장급 인사가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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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의 의중이 강하게 들어간 제주는 이도저도 아닌 팀으로 전락했다. 프런트, 스카우트팀, 감독의 생각이 섞였다. 스루패스에 능한 아길라르를 데려왔는데, 그의 패스를 받아줄 침투형 공격수가 없었고, 장신 타깃형 공격수 오사구오나를 영입했는데 크로스를 올려줄 선수들이 없었다. 여름 이적시장 동안 폭풍 영입에 나섰지만, 대부분 주전에서 밀린, 그것도 임대로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전 소속팀에 불만을 품고 온 선수들이 애정도 없는 새 팀에서 뛰지 못하니 팀 분위기는 뻔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윤빛가람과 안현범이 9월 전역했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좋은 선수들이 모였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한 이유다. 물론 최윤겸 감독의 지도력 부재, 선수들의 의지 부재도 문제였지만, 애초부터 팀을 흔든 프런트의 실책이 더 컸다.
프런트의 입김이 커질수록 팀은 망가졌다. 프런트 내부 사이의 갈등도 커졌다. 몇몇 직원들은 퇴사하기도 했다. 특히 선수단과 갈등이 깊어졌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함께 클럽하우스 건물을 쓰는 제주의 특성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문제였다. 한 관계자는 "스플릿 라운드 후 수뇌부와 고참 선수들 간의 미팅이 있었지만, 봉합은커녕 고성만 오갔다"고 했다. 선수단 내부에서 "이런 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수뇌부는 오히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주력했다. 물론 제주 상권과의 협업 등 신선한 마케팅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진짜 신경쓸 것은 마케팅이 아닌 성적이었다. 심지어 제주는 강등당한 날, 팬들과 사진을 찍는 황당 팬미팅을 하기도 했다. 팬도, 선수도 웃지 못하는 정말 황당한 자리였다.
프런트의 오만 속 선수단은 결국 힘을 내지 못했다. 원팀은 선수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힘이 모일때 시너지가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의 강등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강등은 현실이 됐다. 부천과 생각지도 못한 더비를 펼쳐야 한다. 다시 1부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쇄신이 절실하다. 그 시작은 프런트의 변화가 돼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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