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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기적이 찾아왔다."
그 흔한 연령별 대표 한번 해보지 못했다. A대표 출신의 이동경(울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송범근(전북),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이수빈(포항), 다른 후보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경력이다. 본인 스스로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너무 뜻깊다"고 감격해 했을 정도.
프로 입문 자체가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김지현은 제주제일고 3학년이던 2014년 봄, 도 대회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발목이 골절됐다. 고교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3학년을 망친 김지현은 원하던 수도권 대학 입학이 좌절됐다. 겨우 김해 인제대에 입학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후 첫 연습 경기에서 공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혼자서 300개씩 슈팅 훈련을 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R리그에서 9골을 터뜨리며 두각을 나타냈고, 1군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2년차가 된 올해, 김병수 감독을 만난 김지현은 '병수볼'의 총아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K리그 최고 영건이 됐다.
김지현은 올해 영플레이어상 후보 중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기록했다. 9월 말 무릎연골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할때까지 10골-1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올 시즌 K리그1 라운드 MVP 2회, 라운드 베스트11 3회 선정되는 등 강원의 파이널A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측면과 최전방을 모두 소화하는 김지현은 1m84-80kg의 당당한 체격 조건을 이용한 탁월한 공격력과 결정력은 물론 적극적인 압박과 수비 모두 능해 '병수볼'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김지현은 "나는 누가 봐도 무명이었다. 프로에도 기적처럼 오고 어렵게 온 프로에서도 경기를 뛰게 됐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나에게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플레이어상은 2013년 고무열을 시작으로, 2014년 김승대, 2015년 이재성, 2016년 안현범, 2017년 김민재, 2018년 한승규 등이 수상했다.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무명에서 신데렐라로, 김지현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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