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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연봉대비 효율성 평가, '누가 더 돈을 똑똑하게 썼나'

기사입력 2019-12-31 05:15


강원F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전북 손준호.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로구단의 최종 가치는 결국 성적에 달려있다. 이를 위한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면 된다. 하지만 투자한 금액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면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2019년 시즌 K리그1 11개 구단(군인팀 상주 제외)과 K리그2 9개 구단(경찰팀 아산 제외)의 선수 연봉 현황을 발표했다. 2019시즌 K리그1 11개 구단 소속 선수 전체(국내, 외국인 선수 포함) 연봉 총액은 844억2438만6000원이었고,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991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올 한해 K리그1 팀들이 얼마나 투자 대비 효율성을 획득했는지 따져봤다. 가장 '똑똑하게' 돈을 쓴 구단과 그렇지 못한 구단의 현실이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낌없는 투자로 '우승' 일궈낸 전북

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선수단 연봉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구단은 전북 현대였다. 전북은 2019년 선수단 연봉으로 총 158억733만3000원을 지출해 다른 팀을 압도했다. 연봉 총액 2위인 울산 현대(119억9335만3000원)보다 38억원 가량 더 많은 돈을 썼다. 이 차액은 K리그1 총액 최저 연봉 구단인 성남FC(46억1016만7000원)에 버금간다. 올 시즌 전북이 K리그1에서 총 79점의 승점을 얻었으니 총연봉 대비 승점 1점을 따내는 데 약 2억9만2000원이 소요된 셈이다. 이는 K리그1 11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물론 많은 돈을 썼지만, 충분한 보상을 얻었다. 전북은 올해 K리그1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통해 아낌없는 투자의 효과를 입증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프로구단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과거 전성기 시절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구단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리그 선도구단으로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왕조'를 구축한 적이 있다.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홈팀 대구FC 선수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압도적인 가성비 1위, 시민구단의 모범이 된 대구FC

기업 경영의 또 다른 가치인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따져보면 전북보다 더 눈에 띄는 구단이 있다. 바로 올 시즌 흥행과 성적 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1 전체의 인기에 기여한 시민구단 대구FC다. 대구FC의 2019년 선수단 총연봉은 49억9564만2000원으로 11개 구단 중 10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대구는 시즌 막판까지 3위 경쟁을 펼치며 선전한 끝에 55점의 승점을 따내 상위 스플릿 5위의 성과를 냈다. 승점 1점당 지출 연봉은 약 9082만9000원에 불과했다. 전북이 승점 1점을 따내는 데 소요된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리그1 전체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승점을 만든 구단이었다. '저비용 고효율' 분야가 있다면 독보적인 1위다. '기업구단'이 아닌 '시민구단'의 한계 속에서도 알찬 팀 운영으로 성적과 흥행, 효율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시즌 막판 놀라운 상승세로 결국 울산의 우승을 저지하는 동시에 4위로 시즌을 마감한 포항 스틸러스도 대구에 버금갈 정도로 효율적인 운영을 한 구단이다. 포항은 올해 55억8780만원의 총연봉으로 11개 구단 중 8위였다. 그러나 승점 56점을 획득해 9978만2000원에 승점 1점을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액수였다. 승점 1점당 소요 연봉이 1억원 미만인 구단은 대구와 포항뿐이었다.


강등이 확정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헛돈만 쓴' 제주, 최악의 가성비 운영

반면,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전혀 보지 못한 구단도 있다. '똑똑하지 못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대기업인 SK에너지를 모기업으로 하는 제주는 2019년 선수단 총연봉으로 71억4072만4000원을 지출했다. K리그1 구단별 연봉 총액 순위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연봉 총액 '톱5'에 들었음에도 올 시즌 제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쳐지면서 조성환 전 감독을 시즌 중 교체하고 최윤겸 감독을 선임하는 등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가장 먼저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9시즌 5승12무21패로 K리그1 최하위. 제주는 올해 겨우 승점 27점을 따냈는데, 총 연봉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승점 1점당 무려 2억6447만1000원 꼴이었다. 우승팀 전북보다 더 많은 액수다. '연봉 대비 승점 획득 효율성 1위'에 오른 대구보다 거의 3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리그 최하위와 강등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팀 운영면에서는 가장 현명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제주와 함께 강등된 경남FC도 비효율적인 운영을 했다. 승점 1점당 무려 1억9334만3000원을 써 제주의 뒤를 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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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구단별 승점 1점당 소요 연봉(승점/구단별 총연봉. 천원 이하 절사)

전북 2억9만2000원

울산 1억5181만5000원

서울 1억5131만3000원

포항 9978만2000원

대구 9082만9000원

강원 1억3029만원

수원 1억6020만원

성남 1억244만8000원

인천 1억5386만3000원

경남 1억9334만3000원

제주 2억6447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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