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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야말로 신들린 득점 레이스다.
과연 무엇이 손흥민을 바꿔놓았을까. 전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손흥민의 포지션은 지난 시즌과 차이가 없다. 손흥민은 4-3-3과 4-2-3-1을 병행하는 조제 무리뉴 감독식 전술에서 왼쪽 날개를 맡는다. 손흥민이 가장 익숙해 하는 자리다. 해리 케인의 부재시 원톱 자리도 뛰지만, 손흥민은 왼쪽을 기반으로 다양한 위치를 오가며 플레이 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때리는 슈팅은 손흥민의 전매특허다. 손흥민은 이러한 움직임으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부터 많은 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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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 무리뉴 감독은 맷 도허티와 에밀 피에르 호이비에르 등을 영입하며 스리백에 가까웠던 비대칭 대신 특유의 스리 미들 전형을 앞세운 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첫 경기 뉴캐슬전만 하더라도 손흥민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지난 시즌보다 더 공격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극적인 변화의 시작은 사우스햄턴과의 EPL 2라운드였다. 무리뉴 감독은 평소처럼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기용했지만, 눈여겨 볼 것은 위치였다. 케인 보다도 위쪽에 두며, 포워드의 역할을 맡겼다. 상대의 라인에서 움직이며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케인의 활용법이었다. 사실상 제로톱이었다. 케인은 센터포워드로 나섰지만 공격 전개시 미드필더처럼 내려와 상대 수비를 유인한 뒤 전방으로 볼을 뿌렸다. 이 전술은 완벽히 통했다. 손흥민은 커리어 최다인 4골을 몰아쳤고, 케인은 이 골을 모두 도왔다. 한 선수가 다른 한 선수만의 도움을 받아 4골을 넣은 것은 EPL 역사상 처음이었다. 사실 사우스햄턴전에서 토트넘의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이날 경기를 통해 그간 지적된 공격력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무리뉴 감독은 10번 유형의 알리를 배제하고 케인의 제로톱, 손흥민의 포처를 극대화한 전술로 탈바꿈했다. 손흥민이 부상에서 돌아온 맨유전이 바로미터였다. 토트넘의 전형은 4-3-3이었지만, 손흥민과 케인은 투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펼쳤다. 손흥민이 위쪽에서 공간을 파고들었고, 케인이 이 움직임에 맞춰 공을 내줬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수비시 위치였다. 수비시 아래 지역까지 내려갔던 과거와 달리, 손흥민은 위쪽에서 역습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볼을 탈취하면 곧바로 상대 문전을 향해 뛰었고, 이 볼은 어김없이 손흥민을 향했다. 손흥민은 딱부러지는 마무리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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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지금 손흥민을 호날두처럼 쓰고 있다. 포르투 시절부터 특급 날개들과 함께 했던 무리뉴 감독이지만, 호날두만큼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없었다. 맨유 시절, 속도를 올려줄 수준급 측면 공격수를 찾아 해맸던 무리뉴 입장에서 호날두와 같은 7번을 달고, 빠른 스피드에 폭발적인 슈팅력, 양발 사용에 능한 손흥민의 존재는 분명 반가웠을거다. 무리뉴 감독은 과학이라던 2년차, 자신의 축구를 완성시켜줄 적임자로 손흥민을 찍었다.
물론 토트넘으로 복귀한 가레스 베일이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 전술에 변화가 생길수도 있다. 전성기 기량만 놓고본다면 베일은 손흥민 이상의 선수다. 하지만 베일은 이제 돌격대장 역할을 하기에는 예전의 몸상태가 아니다. 좋았을때도 베일은 볼을 잡았을때 더 위력적인 선수였다. 오히려 지금처럼 배후를 활용해 속도를 극대화한 축구를 펼친다면, 손흥민이 더 좋은 카드일 수 있다. 지금 손흥민은 그만큼 압도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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