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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매치로 명확해진 팩트, 벤투호의 키는 '빌드업'이 아닌 '속도'가 쥐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0-1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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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핵심은 '빌드업'이 아닌 '속도'였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10개월만에 소집된 벤투호는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두차례 스페셜매치를 가졌다. 1차전은 2대2 무승부, 2차전은 3대0 완승을 거뒀다. 합계 5대2 승리로, 1억원의 성금을 벤투호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에서 차이가 컸다. 1차전이 답답했다면, 2차전은 시원했다.

물론 틀은 같았다. 벤투 감독은 해외파가 모두 제외되고, K리거들로만 구성된 이번 소집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유지했다. 소집 전부터 '우리만의 축구'를 여러차례 언급했던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볼을 지배하고 만들어가는 경기를 강조했다. 1, 2차전에서 선수 구성도, 포메이션도 달랐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기본 형태는 같았다.

차이는 속도였다. 1차전이 답답했던 이유는 템포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습 상황에서는 빠르게 나가야 하는데, 한번 허리를 거치다보니 다시 속도가 죽었다. 나갈 때 나가지 못하면서, 지공 때나 역습 때나 비슷한 템포가 유지됐다. 반면 2차전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좌우 측면에 침투에 능한 김인성(울산) 이동준(부산)이 들어가고, 롱패스를 잘하는 주세종(FC서울)이 허리진에 가세하면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권경원(상주)도 여러차례 중장거리 패스를 뿌리며 속도를 올렸다. 템포가 빨라지다보니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었고, 그 결과 3골이나 만들어냈다.

벤투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후방 빌드업이다. 벤투 감독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U-23 대표팀에서 데려온 '대세 MF' 원두재(울산)를 수비수로 기용한 것도 후방 빌드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후방 빌드업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수 많은 방식 중 하나다.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공격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벤투 감독은 능동적인 축구를 위한 해법으로 후방 빌드업을 택했다.

문제는 빌드업 자체가 아니라 빌드업 과정이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빠른 축구다. 그는 "나는 경기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주문하고, 빠른 패스플레이를 통해 상대 조직을 깨는 것을 추구한다. 최고의 그림은 소유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상대 문전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상대 수비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 한 두번의 패스로 전방까지 갈 수 없다. 그래서 소유를 통해,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 상대 조직에 구멍을 뚫으려 하는 것이다. 우리 목표는 빠른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 과감한 점유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목표와 달리, 아직 그라운드에서는 100%의 전술이 펼쳐지지 않고 있다.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때로는 거쳐서, 때로는 한번에 가야 하는데, 벤투호 선수들은 지나치게 빌드업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벤투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도 이 부분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나가야 할 때 접거나, 뒤로 주니 본인도 답답해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미팅을 통해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아직 잘될 때와 안될 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 2차전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결국 핵심은 '속도'다. 후방 빌드업을 통해 얼마나 속도 있게 전방까지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벤투호에는 역습 상황에서,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만큼은 감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고 말할 수 있는 손흥민(토트넘)이 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에서 역습에 최적화된 전술을 소화하며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손흥민이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벤투호의 속도 높이기는 중요한 과제다. 카타르월드컵 진출을 넘어, 또 한번의 본선 16강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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