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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VS 조현우.'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포항이지만,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조현우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6월 6일 울산의 4대0 완승, 8월 15일 2대0 완승. FA컵 준결승에서 포항은 1골을 넣었다. 울산의 자책골.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잇단 선방에 포항은 또 눈물을 흘렸다. 10골 5도움을 기록 중인 송민규 역시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에게 막혔다. 간접적 '복수전'은 펼쳤다. 올림픽대표팀에 승선, 9일 스페셜매치 1차전(2대2무)에서 국대 골키퍼 조현우를 상대로 짜릿한 골맛을 봤다. 이번 '동해안 더비'에서 '송민규 VS 조현우'의 대결 구도가 가장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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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생애 최고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당초, 목표는 공격 포인트 10개였다. 하지만, 주장 최영준의 권유에 따라 목표를 크게 15개로 늘렸다. 꿈같은 수치였지만, 현실이 됐다.
10골 5도움, 전북 한교원과 함께 토종 공격수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단, 한차례도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었던 송민규는 기세를 몰아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했다. A대표팀과의 1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으면서 김학범 감독의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상태다.
송민규는 그동안 울산과 맞붙는 동해안 더비를 별러왔다. 시즌 전 특별 이벤트 온라인 게임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컵에서 포항 대표로 출전, 우승을 차지했던 송민규는 당시 "온라인 게임에서도 울산에겐 지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4강에서 울산 골키퍼 조수혁을 상대로 3대1로 승리.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울산, 특히 수문장 조현우는 송민규에게 '통곡의 벽'에 가까웠다. K리그 두 차례 맞대결에서 포항은 울산을 상대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FA컵 준결승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당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선 송민규는 조현우의 벽에 막혔다.
올림픽대표팀에서 '국대 골키퍼' 조현우를 상대로 기분좋은 골을 뽑아낸 송민규. 그는 마지막 동해안 더비를 맞아 "조현우 선배를 상대로 골을 넣지 못했는데 이번에 올림픽대표팀에서 그 징크스를 깼다. 올 시즌 3전 전패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꼭 울산전에서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대표팀 입성 직전, 3일 전북 원정(1대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뜻밖에 울산을 웃게 했던 그가 이제 '동해안 더비'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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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의 '징크스 타파' 도발을 전해들은 '빛현우' 조현우의 반응은 그저 호수처럼 담담했다. "대표팀에서의 일은 대표팀의 일이고, 울산에선 또 다르다. 혼자 막는다기보단 1년간 손발을 맞춰온 울산의 동료들과 함께 막아낼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리는 자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차분하고 담담하게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리그 선두 울산은 올 시즌 24경기에서 전북에 단 2번 패했을 뿐 22경기(16승6무)에서 지지 않았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다 잡은 우승을 앗아간 포항전에선 유독 더 이를 악물었고, 그 결과 리그 2경기 2연승, 6골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지 않는 울산의 최후방엔 24경기에서 70개의 슈퍼세이브, K리그1 선방률 1위(79.55%)에 빛나는 '빛현우'가 있다. 패배를 무승부로, 무승부를 승리로 바꿔놓는 선수다. 결정적 승부처에서 만화 캐릭터 '가제트 팔'처럼 순식간에 쭉 튀어나와 세상의 모든 슈팅을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은 보고 또 봐도 경이롭다.
지난달 23일, 세 번째 동해안 더비는 역대급 축구전쟁이었다. 포항과의 FA컵 준결승전 120분 연장혈투, 1대1 무승부 후 절체절명의 승부차기를 앞두고 김도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말한다. "(조)현우 믿고 편하게 차!" 조현우가 3번의 킥을 막아섰고, 울산은 승리했다. 지난 12일 A대표팀과의 스페셜매치 2차전, 0대3으로 패한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조현우가 너무 잘해서…"란 탄식은 K리그1 적장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대사다.
조현우는 대표팀에서 마주한 당돌한 후배 송민규를 "어리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예전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큰 선수"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덕담은 거기까지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란 없다. 더군다나 '동해안 더비'다. 15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선두 울산(승점 54)과 '디펜딩 챔피언' 전북(승점 51)과의 승점차는 불과 3점, 남은 경기는 포항, 전북, 광주 3경기뿐이다.
올 시즌 울산전에서 자력으로 한 골도 넣지 못한 포항이 '고춧가루' 총력전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조현우는 "반드시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포항이 우리를 이기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결의를 전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최고의 목표다. 우승을 열망하는 만큼 신중한 마음도 크다. 마음으로 앞서나가기보다 한경기 한경기 잘 치러서 우리 팬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으며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믿음직한 각오를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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