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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불러 더 속상했던 울산의 '잘가세요', K리그1 12개 구단의 명물 응원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0-20 13:07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더비. 경기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포항의 4대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결과도 결과지만, 울산 팬들이 더욱 속상했던 순간이 있다. 종료 직전 포항 팬들은 미리 준비한 '잘가세요' 응원가를 재생했다.

'잘가세요'는 울산의 명물 응원이다. 가수 이 현의 '잘가세요' 노래 초반부를 활용해 경기 굿바이송을 만들었다. 울산 팬들은 홈경기 승리 후 '잘가세요' 부분을, 원정에서는 '잘있어요' 부분을 떼창한다. 자신만의 응원가를, 그것도 완패 후 라이벌팀이 인용했으니 속상함의 크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을거다.

이처럼 K리그에는 각 팀이 자랑하는 명물 응원이 있다. 코로나19에 막혀 예전처럼 힘차게 소리를 높일수는 없지만, 언젠가 다시 울려퍼질 응원가를 기다리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일 주간 브리핑시간에 K리그1 12개 구단의 명물 응원을 뽑아 정리했다. 서포터스와 구단이 함께 만든 단체 응원은 앞서 언급한 울산의 '잘가세요'와 전북 현대의 '오오렐레'가 대표적이다. 서포터스 뿐만 아니라 일반 관중들도 함께하는 '오오렐레'는 그 규모나 분위기 면에서 압도적이다. 득점 후 또는 경기종료 후 부르는 응원가로 승리 후에는 관중과 선수들이 함께 한다. 등을 지고 하면 '남은 경기를 볼 것도 없다'는 의미로, 상대편에게는 굴욕감을 주기도 한다.

구단마다 '단가'가 있기도 하다. FC서울은 2016년부터 하프타임마다 '걱정말아요 그대'를 다 같이 부른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며 떼창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2016년 8월 슈퍼매치에서는 가수 전인권이 직접 등장해 미니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하프타임에 부활의 '새벽'을 틀어 함께 한다. 1절은 음원으로 틀고, 2절은 무반주로 팬들이 직접 부른다. 광주는 2019년 후반기부터 승리 유력 경기에서 추가시간 '남행열차'를 부른다.

서포터스 주도는 아니지만 포항의 해병대 응원은 오랜 역사를 통해 구단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포항의 홈 구장인 스틸야드 인근에는 해병대 제1사단 · 해병대교육훈련단이 있다. 단체관람을 온 해병대 장병들은 경기마다 해병대식 박수와 함께 '팔각모 사나이'를 불러 분위기를 띄운다. 지난 시즌 해병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기념 유니폼을 출시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이 직접 명물이 된 사례도 있다. 올해를 끝으로 해체되는 상주 상무에는 창단 이후 10년 내내 전 경기를 함께 한 50대 부부가 있다. 전역 선수들이 이들에게 사인 유니폼을 주고,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깝다. 강원FC에는 공룡 수트를 입고 응원하는 '공룡좌', 부산 아이파크에는 종이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열띤 응원을 하는 어린이팬 '부라이머리'가 있다.

수원 삼성의 프렌테 트리콜로의 남미식 응원가는 규모나 조직력면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최근 가장 핫한 구단인 대구FC는 '대팍'의 관중석 바닥이 알루미늄 소재임을 착안, '쿵쿵 골'이라는 발구르기 응원을 도입했다. 대구는 야간 경기 하프타임에 다양한 조명을 활용, '대팍 나이트 라이트 쇼'를 펼치기도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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