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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무에게 金메달을 받은 김민준은 3년후 울산 홍명보호에서 데뷔골을 넣습니다[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1-03-09 11:02


사진=연합뉴스

"3년 전 KFA U-18챔피언십 우승때 홍 감독님을 뵀죠. 직접 금메달을 걸어주셨어요."

6일 K리그1 광주 원정(1대0승)에서 천금같은 왼발 결승골로 울산 홍명보호의 개막 후 2연승을 이끈 '아기호랑이' 김민준(21)은 '레전드' 홍명보 감독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떠올렸다.

2002년 이후 볼 좀 찼다는 대한민국 유망주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한 번쯤은 홍명보 감독과 옷깃을 스친 인연이 있다. 홍명보장학재단 장학생 출신인 강윤구와 마찬가지로 울산 현대 대표유스인 김민준은 대한축구협회 전무였던 홍 감독을 학창시절 만났다. "더 어렸을 때도 어디선가 뵀겠지만, 정확히는 고3때인 2018년 챔피언십 우승때 감독님이 금메달을 걸어주시는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 레전드이신 감독님이 3년 후 우리팀 감독님으로 오시다니,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레전드' 홍명보 감독 아래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짜릿한 데뷔골을 넣은 짜릿한 프로 데뷔골을 넣은 이튿날 아침, 김민준은 "지금도 골 장면을 리플레이해보고 있다"며 웃었다. "현장에선 실감이 안났다. 데뷔골이라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날 아침 선발을 명받은 김민준을 향한 '빛현우' 조현우의 조언이 제대로 통했다. "현우형이 넌 슈팅이 장점이니까 잡으면 무조건 슈팅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윤빛)가람이형 코너킥 때 '나한테 온다, 나한테 무조건 온다'고 주문을 외웠어요. 덕분에 언제라도 슈팅 할 준비가 돼 있었죠." 골의 이유, 승리의 이유를 국대 선배들에게 돌렸다. "(윤빛)가람이형 킥은 믿고 받는 킥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킥이 제일 좋은 형이죠. 그리고 어제 우리가 이긴 건 80%는 (조)현우형 덕이에요. 다 막아주셨잖아요" 한다.

김민준은 2018년 박정인과 함께 울산 현대고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울산대 진학후 춘계연맹전 득점왕, 도움왕을 휩쓴 김민준에게 프로 첫해인 2020년은 시련이었다. 리그 데뷔의 기회를 받지 못했다. "축구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소외감도 많고, 힘들었는데… 룸메이트였던 (박)주호형이 운동도 같이 데려가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죠"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나는 아직 어리고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 하나로 힘든 나날을 꿋꿋이 견뎌왔다고 했다.



연합뉴스
새 시즌, 홍명보 감독의 부임과 함께 김민준에게 '좋은 날'이 찾아왔다. 6일 광주전은 김민준의 선발 데뷔전이었다. 울산 현대고 시절 문수월드컵경기장 볼보이를 하며 프로행을 갈망하던 김민준의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홍 감독은 광주전 전반 패기만만한 선제골을 터뜨린 김민준을 후반 11분까지 믿고 썼다. 김민준은 "감독님께서 실수하는 것 생각하지 말고 후회없이, 자신 있게 슈팅을 많이 때리라고만 하셨다. 후반까지 계속 뛸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나도 놀랐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홍 감독은 "컨디션이 좋았고 골도 넣었고 잘하고 있을 때는 당연히 시간을 더 줘야 한다. 김민준과 강윤구 모두 우리 팀이 1년동안 써야 하는 카드"라고 했다.

김민준은 욕심 많은 선수다. 통렬했던 왼발 데뷔골만큼 아깝게 놓친 2번의 찬스를 곱씹고 있다. 데뷔골보다 전반 1대1 찬스를 놓친 것, 후반 이동준의 골대 강타에 이어 헤더 멀티골 찬스를 놓친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후반 벤치에서 이동준과 '훈훈하게' 주고받던 대화 역시 "그걸 넣었어야 했다"는 자책과 "다음 번엔 꼭 넣자"는 다짐이었다. "아, 그걸 골키퍼 반대쪽으로 밀어넣었어야 하는데, 그럼 후반에 더 편하게 했을 텐데, 그게 진짜 제일 후회돼요. (김)지현이형쪽에 갔다면 분명히 해결했을 텐데…."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프로 2년차, U-22로 기회를 잡은 올 시즌 목표도 또렷하다. "첫째, 15경기 이상 뛰는 것, 둘째, 공격포인트 10개 이상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준은 울산에서 경쟁하고 공존하는 '국대 윙어' 선배들을 보며 배우고 성장한다. "(이)동준형의 스피드, (김)인성형의 스피드와 자기만의 색깔, (이)동경이 형의 드리블… (이)청용이형은 그냥 와, 볼 차는 수준이 다르죠"라고 했다. 광주전 직전 그는 '유스 선배' '왼발 에이스' 이동경의 스페셜 영상을 봤다고 했다. "(이)동경이형도 2년차에 많이 뛰었잖아요. 같은 왼발이기도 하고… 동경이형처럼 잘해서 국가대표에도 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한다.

"동준이형 스피드 인성이형 스피드 자기만의 색깔 이청용 그냥 와, 볼 공차는 수준이 다르다. 이동경 드리블, 왼발 제가 배운다. 경기장 가기전 스페셜 보고 왔다. 유튜브에서 뜬다. 동경이 2년차때 경기 많이 뛰었다. 관중석에서 유심히 본다. 동경이 국대를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아겠다. 엄청 동기부여가 된다.

EPL 경기도 즐겨본다는 그는 '왼쪽 윙어' 손흥민의 플레이를 집중해 본다고 했다. "손흥민 선수는 한국선수이고, 포지션이 같으니까 다른 외국선수보다 당연히 더 열심히 보게 된다. 공격지역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매일매일이 꿈만 같은 스물한 살의 축구청춘, 김민준은 '홍명보 축구'에 대해 "디테일이 있는 원팀 축구"라고 정의했다. "부정적인 말씀 대신 늘 동기부여 하는 말씀을 해주신다. 하나가 되는 걸 가장 중요시하신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주시는 부분에 정말 감사드린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깜짝 데뷔골 후 골키퍼 선배 조수혁과 약속한 '베리나히쑤' 세리머니를 깜빡했다. "제가 여유가 부족해서, 약속한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다음에 골 넣고나선 꼭 하려고요"라며 웃는다. 데뷔골 자축, 울산의 전통, 커피는 쐈냐는 농담엔 "곧 (김)태환이형의 말씀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겉으로 다소 거칠 뿐이지, 마음만은 더없이 따뜻하신 분"이라고 했다. 왼발 데뷔골처럼 거침없는 막내의 인터뷰에서 훈훈한 울산, 원팀의 기운이 그대로 감지됐다.

울산 '홍명보호'는 9일 오후 7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하나원큐 K리그1 2021' 3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개막후 3연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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