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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팅커맨'(Tinkerman·실험가).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를 잉글랜드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현 삼프도리아 감독의 별명이다. 매경기 선발라인업을 자주 바꾼다는 의미에서 언론이 붙여줬다. 올시즌 K리그에서 '팅커맨'의 별명과 가장 가까운 지도자를 한 명 꼽자면 '디펜딩 챔프' 전북 현대의 김상식 감독이 아닐까 한다.
김 감독이 이렇듯 실험을 거듭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눈앞의 경기가 아니라 시즌 전체를 바라보고 '모두를 끌고간다'는 복안이다. 이달 말부터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을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려면 15~16명이 아닌 20명 남짓 선수들의 컨디션이 일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전북의 라인업을 보면, 김 감독이 누구 하나 소외된 선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다. 풍부한 선수, 코치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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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승기 한교원 쿠니모토의 부상 복귀와 백승호의 영입으로 가용 가능한 2~3선 자원이 한꺼번에 확 늘었다. 이론상으론 팀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지만, 동계훈련 기간이 아닌 본 시즌 중 이들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김 감독은 9일 수원 삼성전(1대3)을 통해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뒤 비슷한 유형의 미드필더가 많다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패스만 했지, 슛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북의 팀 슈팅수는 공동 9위에 해당하는 133개다. 시즌 초반 5경기 연속골을 넣은 일류첸코의 '개인 능력'에 의해 여전히 최다득점(24)을 달리지만, 최근 5경기에서 필드골이 단 3골밖에 없을 정도로 효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시즌 첫 패배가 나왔다. 전북은 1라운드 때 3대1로 승리한 수원을 상대로 같은 스코어로 홈에서 패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상대 수비진에 고전할 때, 수원은 김민우~고승범~정상빈으로 이어지는 약속된 공격 패턴으로 전주성을 무너뜨렸다. 참고로, 수원은 12개팀 중 경기당 평균 로테이션 폭이 광주(1.75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은 팀이다.(2명) 수원의 라인업은 팬들도 예상이 가능할 정도지만, 지난해 '빅3' 전북 울산 포항을 모조리 제압한 '원팀'의 파괴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로테이션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들 한다. 잘 될 때는 최고의 전략이지만, 잘 안 풀릴 때는 '로테(이션)병에 걸렸다'고 비난받는다. 라니에리 감독이 첼시 시절 '팅커맨'으로 불린 이유다.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 시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김 감독은 개막 두 달여만에 1패를 당했다. 그는 수원전 기자회견에서 직접 말한대로 "고비이자 기회"라는 갈림길 앞에 섰다. 첫 패배를 당한 뒤 만나는 팀은 공교롭게 우승 라이벌 울산 현대다. 울산전에서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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