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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는 골로 말한다'고들 한다. 지독한 골대 불운도, 혹독한 슬럼프도 골로 말해야 하는 공격수가 감당할 숙명이다. 말이 쉽지, 골로 말하는 게 어디 쉬운가. 축구의 신은 잔인하다. 어떨 땐 등만 스쳐도 골이 됐다가, 골이다 확신하는 순간 골문은 거짓말처럼 슈팅을 외면한다.
26일 경남과의 첫 FA컵 16강전(3대0승), 홍 감독은 리그 11경기에서 침묵중인 김지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 41분 이동준, 후반 36분 김인성의 연속골로 2-0 앞선 상황에서도 김지현을 빼지 않았다. 전후반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도 3분이 다 끝나갈 무렵, 김지현이 홍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김인성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김지현의 발끝이 번뜩였다. 마침내 골문을 연 김지현을 향해 설영우, 원두재, 이동경 등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자신의 골처럼 기뻐했다. 김지현의 마수걸이골과 함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청용, 김성준, 신형민, 윤빛가람, 김태환 등 선배들도 김지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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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잠들 수 없는 승리의 밤, 울산 동료들은 SNS를 통해 일제히 김지현을 향한 축하,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1996년생 김지현은 K리그를 대표하는 영플레이어다. 또래 선수들은 김지현의 실력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한양대 시절 '한라대 괴물 공격수' 김지현과 맞닥뜨렸던 1997년생 원두재는 2017년 추계대학연맹전 청주대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김지현 사진을 퍼올렸다. 이날 90분 내내 함께 최전방에서 싸웠던 동료 이동준은 '킹지현♡'이라는 한줄과 함께 김지현의 그라운드 인터뷰 사진을 올렸다. 1998년생 후배 설영우는 승리의 '어흥'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김지현의 시즌은 이제부터다'라고 선언했다.
김지현을 아끼는 울산 베테랑 선배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투혼 풀백' 김태환이 승리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김지현을 태그했다. '약속, 힘, 엄지척' 이모티콘을 붙였다. 이날 부상을 털고 돌아와 '택배' 도움을 기록한 국대 풀백 홍 철 역시 '너무 축하해! 늦게 터진 만큼 더 많이 터지자!'라는 메시지로 김지현의 꽃길을 응원했다. 김지현의 첫 골, 원팀 울산의 동료애가 빛난 아름다운 밤이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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