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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원FC 승리요정' 곽윤호 "나는 매일 생사의 기로에서 외줄타기 중"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1-08-25 11:00 | 최종수정 2021-09-03 07:27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승격팀' 수원FC가 잘나가고 있다.

후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파이널A행 경쟁을 뜨겁게 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거듭난 라스의 폭발, 무릴로-이영재-박주호로 이어지는 '3미들'의 안정화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수비수' 곽윤호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곽윤호는 수원FC의 '승리의 파랑새'다. 올 시즌 그가 나선 14경기에서 수원FC는 단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곽윤호는 "형들이 장난으로 '승리요정'이라고 한다. 남자한테 '요정'이라고 하니 쑥스럽더라"고 웃었다. 곽윤호는 부산 출신이다.

곽윤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다. 지난 겨울 강릉시청을 떠나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곽윤호는 백업 보강 차원에서 영입됐다. 곽윤호 앞에는 국대 출신 박지수 윤영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조유민 등이 있었다. 곽윤호는 "워낙 센터백에 유명한 선수들이 많았다.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뛰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올 시즌 목표를 5경기 출전으로 잡았다. 이것도 쉽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지수의 퇴장, 윤영선의 부상 등이 겹치며 기회가 찾아왔다. 곽윤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교롭게 그가 뛴 경기에서 팀이 패하지 않으며 출전 시간이 늘어났고, 이제는 당당한 주전이 됐다. 곽윤호는 "처음에는 한 것도 없이 '멍'때리다 나왔다. 그 뒤로 조금씩 적응이 됐다. 처음 뛸 때랑 다르게 긴장도 안되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하루하루가 꿈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를 바라보고 축구를 했다. 사실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경기까지 뛰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곽윤호가 '꿈같은 하루'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곽윤호는 무명이었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솔직히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래가 안 보이니 1년에 한 번씩 그만둔다고 했다"고 했다. 그를 설득한 것은 당시 우석대를 이끌었던 유동우 감독이었다. 곽윤호는 "다른 감독님들은 짐싸고 도망가면 벌주는데, 유 감독님은 전화와서 '공 안 차도 되니까 볼이나 주워라'라고 하시더라. 나를 잘 품어주셨다. 진학시기에 감독님이 학원축구만으로 끝내는 건 아쉬우니 성인무대를 한번쯤 경험하라고 설득하셨다. 부모님도 '안 해보고 접으면 후회가 남을거다'고 하셨다"고 했다.


곽윤호는 당시 내셔널리그 소속의 강릉시청에 둥지를 틀었다. 프로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상대로도 존재감을 보였다. 곽윤호는 "할 만하더라. 돈도 들어오니까, 더 열심히 했다. 당시 강릉시청에 K리그 출신 형들이 많았는데, 해볼 만하더라"고 했다. 수원FC행은 운명처럼 결정이 됐다. 곽윤호는 "사실 경주한수원행이 유력했다. 다른 선수들은 다 1월 1일 전에 계약을 했는데, 나만 1월 2일 이후에 하기로 했다. 한수원과 계약을 1시간 앞두고 수원FC 관계자한테 전화가 왔다. '혹시 계약했나, 안했으면 바로 수원으로 올 수 있나' 묻더라.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갔다. 그만큼 프로가 간절했다. 꿈은 돈주고 살 수 없으니,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곽윤호는 K리그의 벽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그는 "내가 공을 잘 차는 편이 아니다. 김영삼 코치님이 항상 '프로도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드러내는 게 잘하는 선수다'고 말씀해주신다. 그 말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새로운 목표도 잡았다. 그는 "처음에는 5경기, 10경기였는제 이제 20경기 뛰고 싶다. 무엇보다 매경기 무실점으로 마쳐서 팀의 6강행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렵게 입성한 K리그, 그는 롱런을 꿈꾼다. 주전이 됐지만, 하루하루가 생존싸움의 연속이다. 그의 무기는 간절함이다. 곽윤호는 "항상 '오늘 못하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한다. 감독님도 '넌 외줄타기 중'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없기에 간절함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며 운동화 끈을 조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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