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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부임 내내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2019년 아랍에미르트(UAE)아시안컵에서 플랜A만 고집하다 8강에 그쳤고, 2차예선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타대륙팀과의 경기에서는 나름 경쟁력을 보였지만,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는 아시아팀들만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벤투 감독 역시 이를 알고 다양한 해법을 찾았다. '지배하는 축구'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여러 포메이션, 전술을 실험했다.
아시안컵 휴식기 이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린 4-1-3-2 전형을 새롭게 내세웠는가 하면, 좀처럼 뽑지 않았던 김신욱(무적)이라는 '높이'까지 활용했다.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는 공격숫자를 최대한 늘리는 '비대칭 스리백'까지 실험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세번의 2차예선 경기에서 1차빌드업 기점을 올리고, 강력한 전방압박을 앞세운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예선 첫 경기, 벤투호는 다시 제자리로 왔다. 볼은 소유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템포는 느렸고, 볼은 측면 일변도로 흘렀다.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제대로 슛 한번 때리지 못했다. 지난 UAE아시안컵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입국한지 얼마되지 않은 유럽파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벤투 감독의 밀집수비 타파법은 아쉬웠다. 상대의 예상 가능한 수에 상대가 예상한대로 답을 했으니, 승리를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선수들도, 전문가들도, 팬들도 벤투호의 길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정한 틀 안에서도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다양한 해법, 지금까지 벤투호가 3년을 달린 이유다. 카타르를 가기 위해선 3년간 축적한 다양한 수가 폭발해야 한다. 철학이나 색깔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법론적인 변화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최종예선 내내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라크전이 준 교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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