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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이어진 벤투의 밀집수비 고민,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1-09-04 22:57 | 최종수정 2021-09-05 06:32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가 열렸다.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9.02/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다.

카타르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벤투호는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쉽지 않은 최종예선의 첫 관문, 게다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홈경기였지만,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 또 다시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이번 예선 내내 이라크와 비슷한 전형과 전술을 상대해야 하기에, 이를 깨지 못한 벤투호에 대한 의문부호가 이어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벤투 감독은 상당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색깔에 맞춰, 뚝심 있게 자신의 축구를 밀어붙인다. 사실 한국에 와서 달라진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다.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에도 때로는 뚝심있지만, 때로는 보수적인 용병술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부임 내내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2019년 아랍에미르트(UAE)아시안컵에서 플랜A만 고집하다 8강에 그쳤고, 2차예선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타대륙팀과의 경기에서는 나름 경쟁력을 보였지만,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는 아시아팀들만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벤투 감독 역시 이를 알고 다양한 해법을 찾았다. '지배하는 축구'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여러 포메이션, 전술을 실험했다.

아시안컵 휴식기 이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린 4-1-3-2 전형을 새롭게 내세웠는가 하면, 좀처럼 뽑지 않았던 김신욱(무적)이라는 '높이'까지 활용했다.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는 공격숫자를 최대한 늘리는 '비대칭 스리백'까지 실험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세번의 2차예선 경기에서 1차빌드업 기점을 올리고, 강력한 전방압박을 앞세운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 모든 실험의 끝, 결국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서였다. 최종예선도 결국 밀집수비를 어떻게 넘느냐의 싸움이다. '아시아 최강' 한국을 상대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결국 후방에 진을 치는 상대의 텐백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월드컵행이 달려 있다. 이전 월드컵 최종예선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번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종예선 첫 경기, 벤투호는 다시 제자리로 왔다. 볼은 소유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템포는 느렸고, 볼은 측면 일변도로 흘렀다.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제대로 슛 한번 때리지 못했다. 지난 UAE아시안컵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입국한지 얼마되지 않은 유럽파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벤투 감독의 밀집수비 타파법은 아쉬웠다. 상대의 예상 가능한 수에 상대가 예상한대로 답을 했으니, 승리를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선수들도, 전문가들도, 팬들도 벤투호의 길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정한 틀 안에서도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다양한 해법, 지금까지 벤투호가 3년을 달린 이유다. 카타르를 가기 위해선 3년간 축적한 다양한 수가 폭발해야 한다. 철학이나 색깔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법론적인 변화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최종예선 내내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라크전이 준 교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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