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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목동시대 시작부터 삐걱. 잔디 문제는 예고된 인재

최종수정 2022-03-24 06:1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서울 이랜드가 '목동 시대'를 선언한지 근 두 달여 만에 암초를 만났다. 사상 첫 1부 승격을 향한 선수단의 의지가 때 아닌 '잔디 이슈'에 잠식당한 모습이다.

지난 1월 16일, 이랜드는 "창단부터 2021년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포함되며 2022년 개·보수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규정에 걸맞은 경기장이 필요했고,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목동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대체 홈경기장으로 낙점했다. 이후 천연잔디 설치, 조명, 좌석과 같은 필수 시설 개·보수를 통해 이랜드 홈경기장화에 적극 협조했다"며 목동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분위기는 좋았다. 잠실에서 승격 도전에 번번이 실패했던 만큼 분위기 전환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발맞춰 구단은 선수단 절반과 코치진 전원을 교체하는 변화를 꾀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5경기에서 단 1패(2승2무)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권과 언저리를 오갔다.

한데 힘겹게 원정 5연전을 마친 이랜드는 시즌 첫 홈 개막전에서 예상지 못한 일에 직면했다.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잔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18일 충남 아산전에 나선 선수단과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 팬들은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선수들 발이 빠져 다치겠더라", "모래밭에서 뛰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아 목동의 잔디 상태를 비판했다.

급기야 이랜드는 22일과 23일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사과문을 올렸다. 김병권 이랜드 대표이사는 잔디 문제가 불거진 과정을 상세히 적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팬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랜드의 사과문과 축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인재'에 가깝다. 경기장 잔디 시공은 지난해 11월에 완료됐다. 잔디 관리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목동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누가 봐도 관리를 소홀히 한 티가 역력했다. 지난 8일 프로축구연맹의 요청으로 경기장 상황,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체크 등을 위한 연습경기를 했을 때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잔디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홈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왜 그랬을까. 구단은 목동경기장 잔디 관리 주체인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측이 '특별관리'를 약속을 했으며, 경기 전날까지 실시간 체크를 한 결과,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잔디 활착 문제가 열흘 만에 뚝딱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단과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긴급 소통을 통해 대체 구장을 물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랜드는 "얘기가 나왔던 대체구장(의정부)은 후보지 중 하나였을 뿐이다. 구단은 1순위로 잠실을 고려했다. 경기 당일 잠실주경기장 대관이 예정돼 있었으나 긴밀한 협의를 통해 27일 안양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랜드의 사정으로 이후 8~9라운드의 일정이 바뀌었다. 4월 2일 이랜드-전남전은 전남 홈경기로 바뀌고, 5일 이랜드-부천의 경기는 인천 홈경기로 변경했다. 최대한 목동주경기장 잔디 활착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당장은 한숨을 돌렸다. 남은 숙제는 꼭 한 달 뒤에 열릴 23일 경남과의 홈경기까지 최적의 잔디 상태를 갖추는 것이다. 김 대표는 "체육시설관리사업소와 긴밀한 소통 및 관리를 통하여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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