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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30·토트넘)도 허탈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트(득점왕)를 거머쥔 그의 위상은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의 '신의 한 수'에 날개가 꺾였다. 토트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최악의 부진이었다.
손흥민은 악몽의 첼시전이었다. 그는 1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EPL 2라운드 첼시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투헬 감독은 손흥민의 저격수로 1m91, 90kg의 '괴물' 루벤 로프터스-치크를 배치했다. 로프터스-치크는 지난 시즌 EPL에서 13경기 선발 출전에 불과한 '깜짝 카드'였다. 로프터스-치크 뒤에는 오른쪽 윙백의 주인인 리스 제임스가 한 자리 물러서 스리백에서 뒤를 받쳤다.
투헬 감독의 전술은 주효했다. 손흥민에게는 숨 쉴 공간이 없었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3명이 에워쌌다. 개인기로 상대를 뚫어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역습마저 허용하며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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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세세뇽의 부진도 손흥민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했다. 탈압박을 위해선 둘은 상호보완재가 돼야했으나 동시에 매듭을 풀지 못하며 고립됐다.
수비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첼시의 선제골은 전반 19분 터졌다. 이적생인 마크 쿠쿠렐라의 코너킥을 칼리두 쿨리발리가 그림같은 오른발 발리로 골문을 활짝 열었다. 손흥민이 쿨리발리를 커버해야 하는 위치였지만 놓쳤다. 상대의 탈압박시 수비 가담에도 한계를 연출했다.
그렇다고 위력적인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전반 40분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볼을 낚아채 질주하다 제임스의 경고를 얻어냈다. 후반 2분에는 케인과의 전매특허 호흡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왼발 슈팅이 빗맞으면서 아쉽게 첫 골 기회를 날렸다.
후반 23분 토트넘의 첫 번째 동점골에도 관여했다. 첼시의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볼을 따냈고, 데이비스를 거쳐 호이비에르에게 연결됐다. 호이비에르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 안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존재감은 다른 경기만 못했다. 손흥민은 팀이 1-2로 뒤지던 후반 34분 이반 페리시치와 교체됐다. 반면 스리톱의 두 축인 케인과 쿨루셉스키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토트넘은 경기 종료 직전 케인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2대2로 극적으로 비겼다. 적지에서 얻은 귀중한 승점 1점이었지만 손흥민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통계업체 '후스코어드'는 손흥민에게 평점 6.4점을 줬다. 선발 출전한 선수 가운데는 세세뇽(6.2점), 요리스, 쿨루셉스키(이상 6.3점)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평점이다. 나란히 골을 터트린 호이비에르가 8.3점, 케인이 7.5점을 받았다. 영국의 '풋볼런던'도 손흥민에게 세세뇽, 쿨루셉스키, 요리스, 벤탄쿠르, 데이비스 등과 함께 최하인 평점 5점을 부여했다.
경쟁 또한 예고됐다. 콘테 감독은 경기 막판 3-4-2-1전형에서 4-2-4포메이션으로 전술을 변경했다. 그는 "두 번째 실점은 수비적으로 허점이 있었다. 3명의 센터백이 확실히 자리를 유지했다면 이 골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술 변화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히샬리송과 케인이 있다. 손흥민도 스트라이커에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첼시의 손흥민 봉쇄는 다른 팀에도 학습이 될 수 있다. 무게감이 달라진 손흥민은 시즌 초반부터 큰 숙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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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의 '뒷끝'도 가관이었다. 후반 32분 제임스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콘테 감독을 지나쳐 질주하며 어퍼컷 세리머리까지 했다. 콘테 감독은 고개를 숙였을 뿐 투헬 감독을 자극하지 않았다.
둘은 경기 후 다시 충돌했다. 악수하는 과정에서 투헬 감독이 눈을 마주치지 않는 콘테 감독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콘테 감독은 붙같이 화를 내며 머리를 맞댔다. 결국 주심은 둘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두 사령탑 모두 경기 후에는 '평정심'을 되찾아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앙금은 오래 남을 것 같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