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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팬들이 있는데 어떻게 설렁설렁 뛸 수 있겠어요."
무승부 후 비와 땀에 흠뻑 젖은 대구 선수들은 하늘색 우비를 입은 팬들 앞에 섰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플래카드 앞에 선 채 90도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홍 철은 "궂은 날씨에 제주까지 오셔서, 비옷을 입고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이런 팬들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설렁설렁 뛸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우리처럼 팬층이 두터운 팀도, 우리처럼 좋은 경기장을 가진 팀도 많지 않다. 이렇게 좋은 팬과 이렇게 좋은 경기장을 가진 대구라는 팀은 절대 2부로 떨어질 수 없다. 우리는 시민구단이다. 2부로 떨어지면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며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개인적으로도 2010년부터 리그 328경기를 뛰면서 2부 경험은 없다. 은퇴 전까지 2부에서 뛸 생각이 없다"며 대구 잔류를 향한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대구는 이날 무승부와 함께 승점 32점, 10위로 올라섰다. 정규리그 1경기, 스플릿리그 5경기를 포함 6경기가 남은 상황, 9위 수원 삼성(승점 34), 11위 김천(승점 31), 최하위 성남(승점 24)와 피 튀기는 잔류 전쟁을 펼쳐야 한다.
홍 철은 새 시즌 대구 유니폼을 입은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 감독대행은 "울산서 하던 플레이와 대구 플레이는 다르다. 울산은 볼을 점유하면서 포백 수비를 하는 팀인데 대구는 스리백에서 수비적으로 임하면서도 스리백 사이드에서 공격적으로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귀띔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홍 철은 "과거엔 스리백에서 점유를 하면서 패스로 올라갔다면 대구는 낮은 수비를 하다 카운터어택을 때려야 하는 팀이다. 50~60m를 뛰어나가야 하는 축구"라고 설명했다. 극강의 체력, 압도적 스피드, 불굴의 정신력, 공수 만능인 '만화 풀백'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홍 철은 웃었다.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축구다. 아직도 힘들지만,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하고 더 적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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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잔류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대구 팬들을 위해서 해내야 한다. 홈 경기 때 현수막이 거꾸로 걸려 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다 선수들 잘못이다. 지도자들은 자신들 탓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술, 라인업을 짜도 경기에서 못하는 건 다 선수들 잘못"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우리에겐 아직 6경기가 남아 있다. 승점 차가 크지 않다. 2~3경기 이기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염치 없지만 저희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시즌이 끝날 때, 강등을 면하고 웃으면서 다시 인터뷰하고 싶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