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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풍 논란에 입 연 '어른' 김호곤 단장 "축구인 더 존중해야"[인터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11-10 16:10 | 최종수정 2022-11-11 05:40


사진=박찬준 기자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치인들이 축구인들을 보다 존중했으면 좋겠다."

'축구계의 어른' 김호곤 수원FC 단장(71)의 진심 어린 '고언'이었다. 김 단장은 10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취재진과 만나 "축구가 정치 노리개 비슷하게 된 게 너무 안타깝다"며 "기업 구단은 오너가 자기 돈을 쓰니까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시도민 구단은 말 그대로 시도민들의 구단인데 이렇게 자기들 기분에 따라 하는 것은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로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그간의 실적을 무시한다. 정치인들이 축구하는 사람들을 보다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단장은 최근 수원FC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김 단장은 2019년 2월 수원FC 단장직을 맡아 팀의 성공시대를 이끌었다. 김도균 감독을 전격 발탁해 2020년 수원FC를 1부리그로 승격시킨데 이어, 2021년에는 창단 첫 파이널A행을 이끌기도 했다. 올해도 7위로 무난히 잔류에 성공했다. 구단 인프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물론, 이승우와 지소연(수원FC 위민)을 영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수원FC의 명성을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팬들은 경기장에 플래카드를 거는 것은 물론, 트럭시위까지 하며 김 단장의 재계약을 원했지만, 이재준 수원시장은 눈을 감았다. 오히려 '김 단장이 자신의 재계약을 위해 서포터스를 사주했다'는 이유를 들어, 불명예 퇴진시켰다. 김 단장은 "나도 나이 70세가 넘었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사회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서포터스 여러분들의 응원을 제가 사주했다는 오해를 받는 것은 너무 섭섭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 단장은 최근 시도민구단에서 벌어지는 '정치 외풍'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후배'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야 나이도 있고 하지만, 이영표 대표는 젊고 강원에서 너무 잘하지 않았느냐"라며 "스폰서 유치도 그렇고, 경기력적으로도 최용수 감독과 함께 팀을 정말 잘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영표 대표가 계속하면 더 잘할 것을 잘 알면서도, 분명히 답이 나와 있는데도, 저러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영표 같이 많은 경험을 한 인재는 만들기도 어렵다. 정치와 축구가 서로 다른 분야인만큼,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어른 답게 후배 축구인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나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이영표 등이 잘해서 대표나 단장 등의 역할을 축구인이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며 "축구인들도 목소리를 내려면 정치 활동으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노력에 앞서, 그에 맞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마지막으로 친정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마지막까지 지지해준 서포터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단장은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그동안 수원FC를 맡아 팬들과 함께 승리했을 때 희열을 느꼈고, 졌을 때 아쉬움을 경험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끝까지 내게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팀을 맡고 명문 구단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년이 딱 3년째다. 사실 우리가 작년에 너무 잘해서 5위였지, 현실적으로는 잔류가 목표인 팀"이라며 "지금 팀 구성상 내년이 고비다. 내년에도 팬 여러분께서 더 많이 응원해주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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