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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게리 오닐 감독이 황희찬의 부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의 탁월한 득점력을 한 경기 더 활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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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의 날카로운 패스가 자책골을 유도할 뻔했다. 전반 12분 황희찬은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공을 받아 문전 앞으로 낮고 빠른 패스를 올렸는데 이 공이 네이선 콜린스를 맞고 오히려 브렌트포드 골대 바로 위로 향하며 수비수들을 놀라게 했다.
추가골도 곧바로 터졌다. 주인공은 황희찬이다. 황희찬은 전반 14분 르미나의 득점 이후 다시 공격을 시작한 콜린스의 백패스가 플레켄에게 향하는 것이 느리게 진행되자, 곧바로 후방에서 공을 끊어내며 빈 골대를 마주했다. 브렌트포드 수비진과 플레켄은 황희찬이 빈 골문 앞으로 공을 몰고 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황희찬은 빈 골대로 공을 차 넣으며 팀에 두 번째 득점을 안겼다. 황희찬의 전방 압박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득점이었다.
브렌트포드의 만회골도 이른 시점에 터졌다. 전반 16분 울버햄턴 박스 앞 혼전 상황에서 닐 무페이의 패스가 침투하던 위사의 앞에 떨어졌고, 수비 사이에 서있던 위사는 박스 중앙에서 공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울버햄턴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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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수비수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추가골을 넣었다. 전반 28분 콜린스의 롱패스가 수비에게 끊겨 페널티박스 앞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은 공을 잡고 문전 앞에서 피녹을 환상적인 트래핑으로 제쳐낸 후 수비와 골키퍼 사이로 낮고 빠른 슈팅으로 정확하게 골문을 향해 슈팅을 시도해 팀의 세 번째 득점을 터트렸다. 문전 앞에서 침착함이 돋보였다.
황희찬은 해당 득점으로 시즌 첫 멀티골 경기를 만들었다. 리그 10호골을 넣으며 올 시즌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도 성공하게 됐다. 울버햄턴 공격수가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2019~2020시즌 라울 히메네스 이후 무려 4시즌 만이다. EPL에서 한국 선수가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도 손흥민 이후 처음이었다.
다만 황희찬의 활약을 오랫동안 기뻐할 수는 없었다. 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공격 전개 상황에서 수비와의 충돌 이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피녹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허리를 부딪쳤는데 이후 쉽게 그라운드에서 일어서지 못했고, 의료진의 확인 끝에 장-리크너 벨레가르드와 교체되며 전반 종료 전에 이날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황희찬 없이 후반에 돌입한 울버햄턴은 후반 34분 콜린스가 안일한 패스로 수비 진영에서 쿠냐에게 공을 내줬고, 쿠냐는 돌파 이후 벨레가르드에게 공을 내줬다. 벨레가르드는 문전 앞에서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해 브렌트포드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이후 경기는 울버햄턴으 4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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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우려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며 팬들의 걱정을 덜었다. 황희찬은 몸 상태에 대해 "뛰어가다가 갑자기 허리가 엄청 긴장되서 멈췄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라며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직접 밝혔다.
오닐 감독도 황희찬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오닐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 차출은 괜찮을 것이다. 나는 에버턴전에서도 그가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황희찬이 부상을 털어내고 아시안컵 차출 직전 열리는 에버턴전에도 뛰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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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닐이 부임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입지가 흔들리며 교체로 밀려났던 황희찬은 세계적인 맨유 수비진을 앞에 두고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남겼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슈팅이 완-비사카 발을 맞고 굴절돼 골대 옆그물을 때려 아쉬움을 삼켰다. 기세를 올린 황희찬은 시즌 첫 골도 빠르게 터졌다. 지난 8월 홈에서 열린 브라이턴과의 리그 2라운드 맞대결서 득점에 성공했다. 팀이 패해 빛이 바랬지만 유일한 골을 기록하며 해결사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금씩 기회를 잡아가던 황희찬은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는 2경기 연속골을 달성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버풀을 상대로 헤더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냈다. 하지만 2경기 모두 울버햄턴이 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갑작스런 햄스트링 부상으로 팬들을 놀라게했던 황희찬은 짧은 휴식만으로 회복했다. 팰리스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렀던 황희찬은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5분 뒤 득점을 기록했다. 브라이턴전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헤더로 득점을 터뜨린 황희찬은 이번 경기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머리로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울버햄턴 공격의 선봉장임을 증명했다. 리그컵 3라운드 입스위치전, 맨체스터 시티전, 애스턴빌라전, 본머스전, 뉴캐슬전, 셰필드 유나이티드전까지 무려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적립에 성공했다.
게리 오닐 울버햄턴 감독은 황희찬의 뛰어난 활약이 그의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오닐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득점이고, 두 번째는 게임과 구조에 대한 그의 이해와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해다. 그는 내가 요청하는 것에 대해 정말 좋은 지능을 가졌다. 새로운 전술을 구현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된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경기장에서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공격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데, 황희찬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정말 침착하고, 득점을 하기 위해 올바른 자리에 도착하는 본능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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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도 최근 재계약까지 체결하며 올 시즌 활약을 보상받았다. 황희찬은 재계약 발표 이후 "우리는 좋은 코치진과 좋은 선수를 보유했다. 매 경기 꼭 이기고 싶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어 많은 승점을 가져다주고 싶다. 정말 신난다. 나는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내 팀을 위해, 내 팬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뛸 것이다. 우리가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황희찬이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에버턴전까지 무리해서 출전하는 것에 대해 시선이 엇갈릴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이기에 황희찬이라는 핵심 선수 중 한 명이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아쉬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오닐 감독은 그의 영향력과 득점력 등을 고려해 몸 상태만 괜찮다면 곧바로 선발에 포함시킬 계획으로 보인다.
멀티골 활약에도 부상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황희찬이 아시안컵 전 마지막 리그 경기인 에버턴전에서도 활약을 이어간 후 대표팀에 합류할지, 휴식을 취할지도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