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차기 감독 최우선 후보였던 제시 마치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협회는 최근까지 마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조건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수도권 모처에서 약 3시간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새 감독 후보군을 압축했다. 지난 4월 제 5차 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 정해성) 회의를 통해 국내 4명, 외국인 7명, 총 11명의 후보를 정한데 이어, 이날 최종 후보를 4명으로 좁혔다. 4명 모두 외국인 지도자로 알려졌다. 당초 유력 후보로 알려진 황선홍 감독은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낙마했고, 또 다른 유력후보인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에 전념하겠다며 면담을 거절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도 현직인만큼, 선택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외국인 사령탑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해성 위원장은 1차 비대면을 통해 외국인 후보군과 접촉했고, 이를 통해 추려진 후보군을 만나기 위해 직접 유럽으로 갔다. 정 위원장은 영국에서 복수의 후보들과 접촉했다. 스포츠조선을 통해 한국행을 희망했던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대표팀 감독과는 만남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만난 후보들의 게임 모델, 지도 철학,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미팅 태도와 한국행 희망 정도 등에 대해 소상히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장시간의 토론이 진행됐고, 1순위는 '황희찬 스승' 마치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다.<스포츠조선 4월 29일 단독 보도>
정 위원장은 공격축구의 신봉자인 마치 감독의 전술과 철학에 높은 점수를 줬고, 위원들 역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강화위는 마치 감독 포함, 총 4명의 지도자를 최종 후보군으로 정했다. 마치 감독을 필두로, 후보군의 우선 순위까지 매겼다. 하지만 사실상 마치 감독 '올인'에 가까웠다. 타 후보 보다는 마치 감독을 선임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돈 뿐만 아니라 '기타 조건'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마치 감독과 합의에 실패하며, KFA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차기 후보와 접촉해야 하는데, 나머지 후보의 면면은 크게 무게감이 떨어진다. 세뇰 귀네슈 전 튀르키예 감독은 72세의 고령이고,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은 이름값이 다소 떨어지는데다 위약금까지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브루누 라즈 전 울버햄턴 감독은 대표팀 경력이 전무한데다, 차기 행선지가 클럽팀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축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 위원장이 당초 밝힌 데드라인인 5월초 선임은 사실상 물건너 가게 된다. 내달 펼쳐지는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싱가포르(원정)와 중국(홈) 경기도 임시 감독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