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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페예노르트 구단은 3일(한국시각) 대한민국 간판 미드필더 황인범(28)의 영입을 알리는 오피셜 영상에 지구본을 띄웠다. 페예노르트는 대한민국 대전시에서 출발해 캐나다(밴쿠버 화이트캡스), 러시아(루빈 카잔), 다시 한국(FC서울), 그리스(올림피아코스), 세르비아(츠르베나 즈베즈다)를 거쳐 페예노르트에 도착하는 커리어를 조명했다. 실선으로 표현된 이적 과정을 보면 황인범이 유럽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엿볼 수 있다.
황인범은 구단을 통해 "페예노르트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팀 동료 우로시 스파이치는 내가 페예노르트로 가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줬다. 페예노르트는 내가 지금까지 뛴 클럽 중 가장 큰 구단"이라며 "페예노르트는 유럽에서 가장 큰 클럽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홈 경기마다 경기장이 꽉 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팬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황인범이 최대 4년간 누비게 될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는 2024~2025시즌 현재 기준 유럽 리그 랭킹 6위다. 최근 5시즌 리그 포인트를 합산한 유럽축구연맹 리그 계수 52.900점으로 5위인 프랑스 리그앙(55.665점)를 2점차로 추격 중이다. 2019~2020시즌 리그 순위 10위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3~4년 사이에 리그앙을 위협하는 위치에 다다랐다. 올 시즌 에레디비시 클럽의 유럽클럽대항전 성과에 따라 리그앙을 추월해 소위 '5대리그'의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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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예노르트는 최적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해외 진출 후 꾸준히 유럽 빅리그 문을 두드리던 황인범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소위 4대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제안을 기다렸던 게 사실이다. 세르비아 매체발로 레알 베티스(스페인), 크리스탈 팰리스(잉글랜드) 등의 관심설이 보도됐다. 분데스리가 복수 클럽과도 연결됐다. 2023~2024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2경기에서 4골4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히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득점한 황인범의 프로필은 이미 유럽 빅리그에도 널리 퍼진 상태다. A매치 경력도 60경기 6골.
이적료가 관건이었다. 즈베즈다는 지난해 여름 황인범을 영입하기 위해 클럽 레코드인 500만유로(현재환율 74억원)를 투자했다. 상대 구단이 협상없이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을 뜻하는 바이아웃은 750만유로(약 111억원) 전해졌다. 단, 유럽 5대리그 이적시에만 발동되는 조항이었다. 2024~2025시즌 기준으로 유럽 리그 랭킹 6위인 네덜란드의 클럽이 황인범을 영입하기 위해선 즈베즈다와 따로 협상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4대리그 이적시장 마감일인 지난달 30일까지 제안을 한 4대리그 팀은 등장하지 않았다. 황인범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팀에서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1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는데 난색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즈베즈다에 입단하기 전에도 4대리그 한 팀과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이적료 등 변수로 인해 이적이 무산된 바 있다.
황인범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페예노르트는 소위 '총알'이 장전된 팀이었다. 이번여름 핵심 수비수 리취하럴 헤이르트라위다와 미드필더 마츠 비퍼르를 각각 라이프히치(독일)와 브라이턴(잉글랜드)으로 떠나보내며 이적료 5200만유로(약 770억원)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미 새 시즌이 시작한 상황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이기도 한 비퍼르의 대체자를 영입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순위 대체자로 황인범을 낙점한 페예노르트는 800만유로(약 118억원·추정치)를 '베팅'해 아약스와의 영입전에서 승리했다. 2일 네덜란드 매체 '뵈트발프리미어'에 따르면, '트랜스퍼윈도우'의 라스 테우니센은 "황인범이 비퍼르의 뒤를 이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르칸 쾨크취(벤피카)의 후계자로 여겨야 한다. 황인범은 냉정한(침착한) 선수, 박스투박스 유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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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이 거쳐온 루빈 카잔(러시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즈베즈다 등이 유럽 주요리그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4대리그 직행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페예노르트를 따라올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헤이르트라위다와 비퍼르 사례를 봐도 페예노르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에레디비시에서 검증을 끝마친 선수는 빅리그 영입 0순위로 부상한다. 2년 전 루이스 시니스테라(리즈, 현 본머스), 마르코스 세네시(이상 본머스), 타이럴 말라시아(맨유) 등은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우스갯소리로 '네덜란드 리그에서 잘하면 에릭 텐하흐 맨유 감독이 데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황인범은 우선 페예노르트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추후를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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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창단한 페예노르트는 2022~2023시즌 우승을 포함해 지금까지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6번 챔피언에 오른 명문 중의 명문이다. 1970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요안 크루이프, 뤼트 굴리트, 로날드 쿠만, 로빈 판 페르시와 같은 전설들이 거쳐갔다. 지난 2006년 한국 대표팀을 이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팀을 지휘했다. 올해 리버풀로 떠난 슬롯 감독을 대신해 33년만에 비네덜란드인인 덴마크 출신 브리안 프리스케 전 스파르타프라하 감독이 페예노르트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2무를 기록하며 8위에 위치했다. 9월 A매치를 다녀온 황인범은 15일 흐로닝언과 4라운드 원정경기를 통해 빠르게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일 1대1로 비긴 스파르타로테르담전에서 미드필더 제루키가 퇴장을 당해 다음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