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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스포츠적 관례'가 국민정서와 충돌했다. 감독 선임 문제가 국회까지 끌려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직 인사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많은 이들이 놀란 모양이다. '축구는(혹은 다른 모든 종목에도 해당) 원래 그래'라고 넘어가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하지만 '스포츠적 관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 관례가 지금 일회성 분노를 촉발한 것인지, 뿌리채 뜯어 고쳐야 할 시대적 요구를 맞이한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불공정'으로 보이는 모든 오해가 발생한다. 우리 팀에 오고 싶은 인물과 우리 팀이 모시고 싶은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우리 팀에 오고자 하는 인물은 까다롭게 평가하고 우리 팀이 영입하려는 인물은 빨리 접촉해서 의사부터 타진하는 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졌다. 과거에는 경쟁이 치열한 선수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집앞에서 기다리거나, 공항에서 잠복했다가 미팅해 도장까지 찍는 일련의 과정을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며 극적인 스토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빵집 접촉과 프레젠테이션 생략은 특혜로 비추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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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인정하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접촉한 제시 마시 감독은 최종 결렬됐다. 진통 끝에 선임한 홍명보 감독은 비판의 대상이다. 만약 둘의 결과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007 작전'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어도 여론이 같았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2018년 프로야구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국회로 불려가 된통 혼이 났다. 6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은 희대의 촌극으로 기억되며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다. 축구가 과연 시대적 과제를 눈앞에 둔 것인지, 소나기를 마주친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