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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도쿄 대첩' 쓴 이민성, U-22 감독으로 '나고야 대첩' 도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5-06-01 07:00


현역 시절 '도쿄 대첩' 쓴 이민성, U-22 감독으로 '나고야 대첩' …

현역 시절 '도쿄 대첩' 쓴 이민성, U-22 감독으로 '나고야 대첩'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민성의 현역시절 동의어는 '도쿄 대첩'이었다.

1997년 9월28일 일본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당시 고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극단적인 말을 할 정도로 한-일관계는 최악이었고, 그래서 더 주목받은 한-일전이었다. 후반 20분 야마구치에게 불의의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니던 한국은 후반 38분 서정원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3분 뒤, 공격에 가담한 이민성이 최용수의 패스를 받아 통렬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이 볼은 굴대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되며 그대로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이민성은 손을 치켜들며 환호했고, 그 유명한 고 송재익 아나운서의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도 여기서 나왔다. 방송사 애국가 화면에도 나온 이 골장면은 오랜기간 한국축구의 명장면으로 기억됐다.

감독 이민성이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최근 U-22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도훈 전 라이언시티 감독, 박동혁 전 경남 감독, 설기현 전 경남 감독 등이 후보군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이 감독이 낙점됐다. 이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수석코치로 금메달에 일조했고, 이후 대전하나시티즌을 승격시키는 등의 결과를 인정받았다. 한국축구는 이민성 체제로 2026년 아시안게임과 2028년 올림픽에 도전한다.

이 감독 앞에 놓인 1차 과제는 역시 아시안게임이다. LA올림픽이 최종 종착지지만, 다른 U-22 감독이 그랬듯 이 감독의 중간 평가지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이다.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U-23 대표팀의 2원화 운영이 화두가 됐지만, 병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시안게임은 여전히 중요한 대회다. 한국축구는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지난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 3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병역혜택을 누린 젊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나가며, 전에 없던 '유럽파 르네상스'를 열었다.


현역 시절 '도쿄 대첩' 쓴 이민성, U-22 감독으로 '나고야 대첩' …
이번 아시안게임도 중요한 이유다. 특히 이번에는 이미 유럽에 나간 선수들이 많다. '스토크의 왕' 배준호(스토크시티) '최초의 EPL 수비수' 김지수(브렌트포드) '고등윙어' 양민혁(토트넘)을 비롯해 이현주(하노버) 김민수(지로나) 김용학(포르티모넨세) 등이 유럽을 누비고 있다.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은 6월 브라이턴으로 향한다. 모두가 이번 아시안게임 주력 멤버로 거론되는 선수들이다. 만약 금메달에 실패할 경우, 유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유럽파를 중심으로 현재 K리그에서 각광을 받는 젊은 선수들, 여기에 와일드카드까지 가세할 경우, 역대급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은 그 어느때보다 쉽지 않은 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서 펼쳐지는 대회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 21세 이하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유럽파 보다는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테스트 무대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했다. 한국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이승우 등 사실상 A대표급 자원들로 나섰지만,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연장 접전 끝 가까스로 3대1로 이겼다. 이강인 설영우 백승호 정우영 홍현석 등이 나선 지난 항저우 대회서도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어려운 경기 끝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이 베스트 멤버를 내세울 경우,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일본 A대표팀에는 아시안게임 대표 연령대 선수만 5명에 달한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스타 유럽파들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저연령대에서는 우즈베키스탄과 동남아 축구가 강세를 보이는게 최근 아시아축구의 흐름이다. 역대급 미션이 될 아시안게임 금메달, 과연 이민성 감독은 일본에서 '나고야 대첩'을 쓸 수 있을지. 이 감독이 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평가전을 통해 출발선에 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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