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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운명의 날짜가 공개됐다.
축구 재정 전문가 댐 플럼리는 "손흥민이 계약상 반드시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토트넘이 왜 손흥민을 붙잡아두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손흥민은 경기장 밖에서 대단히 중요한 선수"라며 "토트넘이 한국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파트너들 사이에 손흥민과 관련하여 브랜드 연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계약상 이 대회에 출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이적은 한국 투어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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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적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부터 손흥민을 원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까지 가세했다.
사우디는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을 원했다. 알 이티하드가 강력한 구애를 보냈다. 이적료 6000만유로에, 연봉은 3000만유로, 4년 계약을 제시했으니 총액은 1억2000만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서울)의 말을 인용해, 거절의 뜻을 전했다. 이후 사우디의 구애는 더욱 거세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 나스르를 비롯해, '사우디 최강' 알 힐랄, 알 이티하드 등이 오일달러를 앞세워 손흥민을 흔들고 있다. 선수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든만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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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알빌라드는 '올 여름 알아흘리와 알나스르, 알카드시아가 그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34억 원) 제안을 준비하고 있어 이적설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며 '특히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알아흘리는 지난 1월 포르투에서 브라질 출신 윙어 갈레누를 품에 안았음에도 측면 보강에 가장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우디 매체 HIHI2 역시 '알나스르와 알카드시아의 경쟁 속에서 알아흘리가 손흥민 영입에 임박했다'고 했다.
4000만파운드라는 구체적인 이적료까지 거론됐다. 당초 토트넘이 원한 1억파운드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30세가 훌쩍 넘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투자를 한 사우디인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협상의 귀재 다니엘 레비 회장이 나서는만큼, 이적료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아시아 최고 스타 손흥민은 굉장히 구미가 댕기는 자원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규정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리오넬 메시를 품으며 글로벌 가치를 더욱 올리려는 MLS도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손흥민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MLS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팀명까지 나왔다. LA FC다. 영국의 더보이홋스퍼는 '손흥민이 엔제 포스테코글루의 미국행에 함께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LA FC로 과거 토트넘에서 함께 한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재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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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숱한 영광을 이뤄냈다.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이 모든 것을 토트넘에서 이뤄냈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173골을 넣었다. 도움은 당당히 1위다.
하지만 손흥민도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시즌 두자릿수 득점에 실패했다. 2016~2017시즌 이후 이어온 두자릿수 득점 기록이 9시즌만에 마감됐다. 2016~2017시즌 14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12골씩을 넣었다. 2019~2020시즌에는 11골, 2020~2021시즌에는 17골을 기록했다. 2021~2022시즌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2022~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부진했음에도 10골을 넣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는 17골을 넣었다. 역대 EPL에서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단 7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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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이었던 손흥민의 토트넘 내 입지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17위에 머문 토트넘이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며, '핵심' 손흥민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겼다. 토트넘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데려오며, 변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손흥민의 포지션에 뛰는 마티스 텔을 완전 영입한데 이어, 브라이언 음뵈모(브렌트포드)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올 여름은 손흥민으로 이적료를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 매각에 열려 있다는 보도가 줄지어 나왔다. 사우디, MLS, 튀르키예 등이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함께 한 조제 무리뉴 감독이 있는 페네르바체도 손흥민에 적극적이다. 이적료가 있는만큼, 빅클럽들은 발을 뺐지만, 그래도 많은 팀들이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마케팅적으로나, 실력적으로 손흥민은 분명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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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 여부를 선수 본인에게 완전히 일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풋볼런던 역시 '토트넘은 10년 동안 헌신한 손흥민을 위해 마지막 이적료를 얻으려고 등을 떠밀기보다는 그의 선택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스퍼스웹에 따르면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 구단에 이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손흥민의 잔류를 환영하고 있지만, 다음 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이 예정돼 있어 손흥민이 다소 제한적인 역할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손훙민의 선택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일단 지난 쿠웨이트전 이후 "일단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기다려야 한다. 많은 분들처럼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어디에 있던 최선를 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변함 없다.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