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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VAR PA 시범경기'에서만 사라진 '온필드리뷰', 과연 우연일까

최종수정 2025-08-04 20:49

하필이면 'VAR PA 시범경기'에서만 사라진 '온필드리뷰', 과연 우연…

하필이면 'VAR PA 시범경기'에서만 사라진 '온필드리뷰', 과연 우연…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우연일까.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VAR PA(VAR Public Announcement·VAR 판독 결과 장내 방송)' 제도 정식 도입 검토에 나섰다. 2023년 여자월드컵을 시작으로 2025년 클럽 월드컵까지, VAR PA를 확대하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기 위한 행보였다. 곧바로 시범 운영에 나섰다. K리그2가 대상이었다. 20라운드부터 23라운드까지 임의로 5경기를 지정했다. 지난달 13일 안산-서울 이랜드전을 시작으로, 19일 화성FC-부산 아이파크, 27일 성남FC-전남 드래곤즈, 2일 이랜드-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부산전에서 시범 운영에 나섰다.

시범경기로 지목된 경기 홈팀들은 VAR PA 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VAR PA는 아직 첫 선을 보이지 못했다. 주심이 장내 방송을 통해 판정 이유를 설명할 상황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직접 비디오 리플레이를 확인하는 '온필드리뷰'는 주심 입장에서 '전가의 보도'였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기도 했다.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긴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온필드리뷰에 의존했다. 실제 기록이 그렇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경기당 0.41회, K리그2에서 0.57회의 온필드리뷰가 나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범 운영된 5경기에서는 단 1건의 온필드리뷰도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다른 경기들에서는 온필드리뷰가 진행됐다. 그러나보니 시범 경기에 배정된 심판이 VAR PA를 피하기 위해 온필드리뷰를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5경기 중 4경기에 같은 주심이 배정됐다.

심판 쪽 관계자는 "심판을 상대로 사전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세간의 의혹처럼 일부러 VAR PA를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하필이면 'VAR PA 시범경기'에서만 사라진 '온필드리뷰', 과연 우연…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심판들이 VAR PA를 피하려는 것은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온필드리뷰가 사라지며 오심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랜드-인천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페널티박스에서 두차례 '핸드볼' 상황이 나왔다. 특히 전반 17분 김주환의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델브리지의 손에 맞은 장면은 페널티킥이 의심됐다. 휘슬을 불지 않은 주심은 곧바로 VAR과 교신했다. 하지만 끝내 온필드리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관계자는 "오프사이드도 아닌 페널티킥 의심 상황에서 VAR과 교신까지 했다. 애초에 주심이 첫 판정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온필드리뷰를 하지 않고 VAR의 판단에 따른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VAR은 말그대로 보조지, 최종 판단의 주체가 아니다"고 했다. 이날 이랜드-인천전 VAR을 맡은 것은 K리그1의 베테랑 주심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리그 관계자들은 "베테랑 심판들이 주관하는 K리그1에서 시범운영을 하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K리그2 심판 입장에서 VAR PA의 첫 테이프를 끊는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실제 문진희 심판위원장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 "K리그2 심판들이 연령이 어리고 경험이 적다보니 오심이 많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단계적으로 K리그2 심판을 키워야 한다"면서 베테랑 조차 경험해보지 않은 중책을 맡겼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판정의 투명성과 소통 강화를 위해 꺼낸 VAR PA 카드가 의도와 달리 세밀하지 않은 운영으로 심판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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