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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이처럼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LA FC는 팀당 최대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 '지정 선수' 슬롯으로 손흥민을 품에 안았다. 과거 아스널에서 뛰었던 올리비에 지루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랑스 리그1 릴로 이적했다. '지정 선수;란 MLS의 독특한 규정으로 상한선을 초과한 급여를 지불할 수 있다.
손흥민은 MLS 연봉 3순위인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인터 마이애미)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스케츠는 현재 870만달러(약 120억원)를 받고 있다. MLS 연봉 순위 1위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로 2040만달러(약 282억원)다. 2위는 로렌조 인시녜(1540만달러·약 213억원·토론토)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도 직접 나서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며, 지난 10년 동안 그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축구 선수일 뿐만 아니라, 클럽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영감을 주는 놀라운 사람이기도 했다"고 칭송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이 클럽에 많은 것을 바쳤고, 우리는 그에 대해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우리는 그의 미래에 최고의 행운을 기원한다. 그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스퍼스 가족의 일원이며, 클럽에 다시 돌아오더라도 항상 환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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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토트넘에 둥지를 튼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2020년 번리전 72m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1~2022시즌에는 EPL 골든부트(득점왕·23골)를 거머쥐었다. EPL 득점왕과 푸스카스상 모두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대기록이다.
2024~2025시즌 토트넘의 흑역사를 마침내 갈아치웠다. 손흥민은 주장으로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컵을 선물했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이후 17년 만의 환희였다. 유럽대항전은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의 우승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EPL에선 127골 71도움을 올렸다. 127골은 EPL 역대 16위, 71도움은 17위다. 198개의 공격포인트는 13위다. 통산 골과 어시스트 부문 상위 20위 안에 든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프랭크 램파드, 앤드류 콜, 테디 셰링엄, 모하메드 살라 등 7명에 불과하다.
손흥민이 2015~2016시즌 EPL 데뷔 이후로 좁히면 더 대단한다.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살라(270개)와 해리 케인(231개) 뿐이다. 손흥민은 케인과도 치명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둘은 47골을 합작했다. EPL 역대 공격조합 부분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손흥민도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어떻게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제는 말할 때인 것 같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와 작별할 시간이다'고 '이별의 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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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곳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고, 대부가 되는 영광도 얻었고, 이 특별한 클럽의 주장이라는 특권도 누렸다. 내 마음과 영혼을 모두 쏟아부었던 곳이라 이 결정을 내리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 내가 항상 떠나게 된다면, 내 뜻대로, 우리가 함께 사명을 완수한 순간에 자랑스럽게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
역시 최고의 순간은 유로파리그 우승이었다. 손흥민은 '첫 데뷔전은 정말 특별했고, 푸스카스상을 받은 것도 멋졌고, 득점왕도 영광이었다. 하지만 빌바오에서 유럽 챔피언이 된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일이었다. 우리는 그 밤, 그 순간, 그리고 그 트로피를 평생 함께 나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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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한다. 영국의 'BBC'는 이날 손흥민의 이적을 '톱뉴스'로 전하며 'LA FC는 토트넘의 전 주장 손흥민의 이적료로 2000만파운드(약 370억원)가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이는 지난 2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미들즈브러의 엠마누엘 라테 라스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1650만파운드(약 306억원)를 넘는 MLS 사상 최고 이적료'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동료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손흥민은 이 아름다운 클럽의 위대한 레전드로 남았다. 그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계속 도전했고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는 글이 소개됐다. '열매'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의미한다.
히샬리송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역사를 만들었는데, 나도 당신과 중요한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제임스 매디슨은 '10년 전 소년으로 입단한 당신은 이제 레전드, 나의 베스트 프렌드로 남았다'고 적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페드로 포로, 파페 사르, 이브스 비수마, 데스티니 우도기, 브렌넌 존슨, 미키 판 더 펜, 도미닉 솔란케 등도 '레전드'라는 찬사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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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또 "내가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해서 여기서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새롭게 '0'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마무리는 항상 '레전드'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이 클럽과 헤어질 땐 레전드로 불리며 나갔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캐런 배스 LA 시장이 참석하는 등 손흥민의 위상을 새삼 실감케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