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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주말 경남 창녕 여자축구선수권 현장, 베테랑 WK리거들의 화두는 단연 '쪼 언니의 귀환'이었다. '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레전드' 조소현(37)의 수원FC위민 영입 오피셜이 발표된 직후다. 조소현과 중원호흡을 맞출 수원 미드필더 권은솜(35)은 "'쪼'언니와 설봉중 때 맞춰보고 처음이다. 언니만 믿는다"고 했다. 캐나다여자월드컵 첫 16강, 인천 현대제철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절친' 김도연(37·스포츠토토)은 "'쪼'와 방금 통화했다. 경기장에서 만나면 재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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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생 조소현은 대한민국 여자축구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다. A매치 156경기 26골, 2010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2015년 캐나다,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캡틴으로 활약하며,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로 인정받아왔다. 2009년 WK리그 수원시설공단에서 데뷔해 인천 현대제철을 거쳐 2016년 고베 아이낙, 2018년 이후 야발스네스(노르웨이) 웨스트햄, 토트넘, 버밍엄시티(이상 잉글랜드) 등 유럽리그에서 줄곧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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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7세가 된 '베테랑' 조소현, 매순간 오늘이 마지막처럼 투혼 넘치게 달리는 그녀의 사전에 '에이징 커브'란 없다. "2023년 호주·뉴질랜드월드컵이 끝난 후 다음 월드컵을 무조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영국에서 7년간 뛰면서 더 빠르고 과감하고 강해졌다. 피지컬로 국내 톱3에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팀에 대표팀 어린 후배들도 많다. 유럽축구의 빠른 템포와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발전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소현은 지난 3번의 여자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한 유일한 대한민국 선수다.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풀백,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단단한 피지컬에 강철 멘탈을 소유한 한국 여축의 역사이자 자존심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영감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팀 순위를 끌어올려, 플레이오프가 가능한 3위까지 올라가는 것,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잘 준비하는 것, 그리고 개인적 목표는 골도 넣고, 도움도 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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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은 열정과 도전의 아이콘이다. 대한민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리그에 진출했고 잉글랜드 WSL로 이적 후 무려 7년을 뛰었다. 조소현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 끝나고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은퇴가 빨랐을 수도 있다. 해외에 나가면서 경험하고 도전할 것이 많다는 걸 배웠고,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환경적, 기질적으로 잘 맞았고, 축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어린 후배들의 잇단 해외리그 도전을 반기면서도 선수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가서 몸도 마음도 잘 적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또 이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조기에 돌아올 경우 WK리그에서 뛰려면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현재 5년 이상 해외에서 뛰어야 드래프트가 면제되는데 이 기간을 3년으로 줄이거나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부분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 세대교체에 대한 베테랑의 생각도 또렷했다. 신상우 신임 감독 부임 후 세대교체 기조 속에 '캡틴' 조소현은 첫 A매치였던 지난해 6월 미국 원정 이후 1년 넘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소현은 "기존 선배선수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어린 후배들이 성장해야 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당연히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도 좋은 선배들이 있었고 그렇게 기회를 받으며성장했다"고 했다. "다만 대표팀에 못들어간 베테랑들도 언제든 완벽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 부름을 받았을 때 언제든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여자축구, 위도 아래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소현 역시 그런 마음으로 네 번째 월드컵, 2027년 브라질행을 절실히 준비하고 있다. "내 축구를 꾸준히 잘하고 있다 보면 한번은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자신 있다. 실력적으로 대등하게 견줄 수 있다면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월드컵 무대에서 유일하게 두 골을 기록한 베테랑은 존재감도, 자신감도 확고했다. "큰 무대에 강하다. 지난 월드컵 독일전 때도 그랬다. 상대가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축구를 하면 된다. 그 누구보다 많이 뛰고,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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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