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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옛의 헤어드라이어,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지금은 전북 우승 마지막 고비인가

기사입력 2025-08-11 20:07


포옛의 헤어드라이어,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지금은 전북 우승 마지막 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거스 포옛 감독의 '헤어드라이어'가 가동됐다.

8일 FC안양과의 홈 경기에서 2대1로 이긴 전북. K리그1 21경기 연속 무패(16승5무) 행진을 이어간 전주성은 환희로 물들었다. 그러나 라커룸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포옛 감독은 "후반전 경기력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무리 패스가 좋지 않았고, 간격도 벌어졌고, 실수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평소 선수들을 감싸며 결과에 초점을 맞췄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무패 기간 감독-선수 간 '밀당'은 당연히 존재한다. 쾌조의 분위기 속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감독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선수들은 경쟁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안양전 승리 후 포옛 감독이 불만을 드러낸 것도 비슷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력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26일 광주 원정에서 전북은 13분 만에 김진규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30분 실점으로 동점을 내준 뒤, 추가시간 터진 티아고의 극장골로 승리를 얻었다. 안양전에서도 전반 21분 박진섭의 벼락같은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얻었으나 후반 29분 동점골을 내줬고, 막판 이승우의 골로 다시 리드를 잡아 승리를 안았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동점골을 내준 뒤 주도권을 내주고 위기 상황이 이어졌던 것도 판박이다. 특히 안양전에선 골대와 송범근의 선방이 없었다면 패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승부였다. '전반 득점→주도권 장악→후반 실점→추가실점 위기→극장골 승리' 패턴이 이어졌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감독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포옛의 헤어드라이어,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지금은 전북 우승 마지막 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옛의 헤어드라이어,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지금은 전북 우승 마지막 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탄탄하게 다져진 듯 했던 수비 균열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 3~4월 K리그1 6경기 중 클린시트(무실점) 경기가 2번에 그쳤던 전북은 5월 7경기에서 무려 5번의 클린시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6월 4경기에서 클린시트 경기는 한 번으로 줄었고, 7월 3경기에서도 클린시트는 1차례 뿐이었다. 8월 첫 경기에서도 실점이 나왔다. 포옛 감독이 수비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흐름은 불안감을 키울 만하다.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았던 전북이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팀 K리그 소집 등 휴식기가 연거푸 이어졌다. 6월 27일부터 7월 19일까지 3주 넘게 쉬고 3경기를 몰아 치렀다가 다시 2주 휴식을 거쳤다. 무패도 결국 '리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최근 전북의 경기력 저하도 이런 일정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팀도 비슷한 여건에서 승부를 치르기에 결국 핑계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전북은 25라운드까지 승점 57로 2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42)과의 간격이 15점에 달한다. 지난 안양전 승리로 7위 광주FC(승점 32)와의 간격이 25점까지 벌어져 남은 8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파이널A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면 '2025 K리그1 조기 우승'으로 갈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 그러나 변화무쌍한 순위 싸움에서 안심은 추락을 의미한다. 최근 불안한 경기력도 언제든지 무패 마감과 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 포옛 감독의 헤어드라이어도 어쩌면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일 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포옛의 헤어드라이어,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지금은 전북 우승 마지막 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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