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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위표 위에 있어야한다"[인터뷰]

기사입력 2025-08-11 14:53


'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

'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한국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외국인 선수들보다 득점 순위표 위에 있어야죠."

'대한민국 대표 스트라이커' 주민규(35·대전하나 시티즌)가 8경기 만의 부활포를 터뜨린 후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강조했다. 주민규의 골과 함께 대전의 '안방' 승점 3점도 돌아왔다. 대전은 10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수원FC와의 홈경기에서 3대2로 역전승했다. 김천을 승점 2점 차로 밀어내고 다시 리그 2위(11승9무5패·승점 42)에 올랐다. 지난 5월 24일 대구전(2대1 승) 이후 무려 78일 만의 값진 홈 승리다.


'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
이날 대전은 휘슬 56초 만에 최건주의 선제골이 터지며 흐름을 탔지만 전반 추가시간 수원 싸박, 루안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1-2로 밀렸다.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좀처럼 결실이 나오지 않던 상황, 수원FC 안드리고의 골이 지워지며 대전팬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 '난세 영웅' 주민규가 돌아왔다. 후반 30분 김준범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주민규가 오른발로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5월27일 포항전 이후 8경기 만의 골, 리그 11호골이 마침내 터졌다. 후반 36분, 주민규가 하프라인에서 골키퍼 안준수의 키를 넘겨 쏘아올린 과감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자 대전월드컵경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기세를 탄 대전은 1분 후인 후반 37분 김준범의 재역전골로 결국 경기를 뒤집었고, 짜릿한 안방 승리에 환호했다. 득점왕 레이스에서 전진우(전북 현대·12골)에 이어 공동 2위가 됐다.

'주포' 주민규의 부활과 안방 승리를 모두 잡은 경기였다. 경기 후 만난 주민규는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를 만큼 힘들었다. 내가 골을 넣어 이긴 경기도 있었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서 팀 성적도 부진했다"고 돌아봤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떻게 몸을 관리했는지, 어떻게 경기를 준비했는지를 돌아봤다. 작년 울산부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말없이 믿어준 코치진, 동료들 덕분에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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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주민규의 부진에 대한 질문에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팀 전체적으로 합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감쌌다. "공격수가 매번 골을 넣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심리적으로 힘들 것이다. 저 또한 질문을 하도 받으니 힘들다. 하지만 이해해 줘야지 어떡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한민국 레전드 스트라이커로서 후배 주민규의 슬럼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선수 스스로 냉정하게 접근하고 있다. 경험이 많으니까 다행이고 잘 이겨낼 것이다. 오늘 조금 물꼬를 터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었다. 황 감독의 바람대로 주민규가 다시 득점의 물꼬를 텄다. 황 감독은 경기 후 "민규가 '이제 다시 시작해야죠' 하더라"며 흐뭇해 했다. 주민규는 그간의 슬럼프가 개인이 아닌 팀의 문제라고 한 황선홍 감독의 언급에 대해 고개 저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감싸주신 말이다. 골 침묵은 내 개인적인 문제다. 찬스가 안났다면 팀적인 문제지만 찬스는 분명히 있었고 해결하지 못한 건 내 문제"라고 했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다. 책임감을 갖고 간절하게 오늘처럼 간절하게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역전승의 비결로 그는 황선홍 감독의 하프타임 메시지를 전했다. "전반 끝나고 1-2로 지고 들어왔는데 감독님의 말씀이 마음을 울렸다. '지더라도 내가 책임진다. 지더라도 자신 있게 할 것 다하고 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후반에 파 포스트를 맞춘 슈팅도 평소같으면 시도도 안했을 텐데 감독님 말씀대로 '자신 있게 원하는 것 다하자' 하는 마음으로 했다. 마음이 편했다.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한 것이 오늘 승리의 비결이다."


'8경기만의 부활포'대전 주민규"韓공격수 자존심...외국인선수보다 득점순…
35세의 스트라이커, 여전히 선발, 풀타임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주민규는 "매경기 베스트로 90분 뛰고 싶다. 자신도 있고 열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축구화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이와 상관 없이 나는 한국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외국인 공격수들이 능력도 좋고 골도 많이 넣지만 나는 그런 편견을 깨는 공격수가 되고 싶다. 외국인 선수보다 득점 순위표 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못넣으면 '적응 문제'라고 하지만 한국선수가 못넣으면 '역시 못 넣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주민규의 부활은 곧 대전의 부활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날 안방 재역전승을 "반등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고 한 이유다. '11호골' 득점 공동 2위와 함께 팀도 2위를 탈환한 이날 주민규에게 개인과 팀의 목표를 다시 물었다. 또렷한 즉답이 돌아왔다. "개인적 목표는 없다. 팀적인 목표는 대전의 역사를 쓰고 싶다. 현 상황에서 리그 우승이 쉽지 않지만,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다. 우승 다음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내는 것이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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