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조기축구도 이런 조기축구가 없다."
논란의 결과는 황가람기 조별리그 12조에서 나온 대구과학대의 스코어다. 대구과학대는 18일 건국대와의 첫 경기에서 0대29로 패했다. 20일 경일대와의 2차전에선 1대16으로 졌다. 22일 강서대와의 최종전에선 0대34로 고개를 숙였다. 대구과학대는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골-79실점을 기록하며 전패,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대학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대구과학대가 올해 창단을 했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창단하자마자 참가 신청을 내고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 징계를 받는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반학생으로 (대회) 나온 것 같다. 그러다보니 경기력 차이가 많이 나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과학대는 18명의 선수를 등록했다. 이 중 오피셜 가이드에 출신교(고등학교)가 기재된 선수는 두 명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엘리트 축구를 한 선수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
대학축구연맹 및 대구과학대도 논란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대학축구연맹 관계자는 "창단을 일단 이번 대회부터 한다고 해놨다. 내년에 정식 창단을 할건데 지금 감독님이 평택진위에서 감독하시던 고재효 감독님이다. 이 분께서 내년에 어떤식으로 팀 구성할지는 다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얘기를 해놔서 내년부터는 이렇게는 진행하지 안할거라고 한다. 올해는 급한대로 대회를 나오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지난번 예원예대 때도 조금 논란이 됐었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얘기는 해봤는데, 감독님께서도 아마 경기력과 경기 결과를 가지고 논란이 될 수도 있는데, 평택진위에서 엄청 활약했던 감독이니 차라리 그런 쪽으로 인터뷰 등을 하면 차라리 그걸 해주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023년 제18회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에선 예원예술대가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으로 라인업을 꾸려 경기를 치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득점-89실점을 기록했다.
|
참가 등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다. 대구과학대와 함께 경기한 팀들이다. 현장에서 대회를 치르는 대학축구 관계자들은 "안타깝다. 과연 누구를 위한 참가이고 대회인지 모르겠다. 내년을 위해 이번에 경기에 나왔다고 한다. 대구과학대와 경기를 치른 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싶다. 부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데 이미지가 더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한 입 모아 한숨을 쉬었다. 순위는 결국 타이브레이크로 정해졌다. 황가람기 12조는 대구과학대와 경기한 기록은 삭제, 남은 세 팀의 성적으로 최종 순위를 따졌다. 각각 1승1패(승점 3)를 기록하며 동률을 이뤘다. 결국 다득점으로 순위가 갈렸다. 경일대(+4), 건국대(+3)가 16강전에 진출했다. 강서대(+2)는 눈물을 흘렸다.
대학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라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선수) 등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창단을 했는데 대회를 기권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긴다. 그래서 경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경기를) 하면 이런 상황 벌어질 것은 뻔하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고민하고 있다. 규정 자체도 손을 보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