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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사며 경기봐요" 흥행돌풍, 화제의 日 신축 경기장…K리그 흥행 새 해답 될까

최종수정 2025-08-26 06:01

"햄버거 사며 경기봐요" 흥행돌풍, 화제의 日 신축 경기장…K리그 흥행 …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 사진출처=히로시마관광협회 홈페이지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일본 J1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지난해부터 쓰고 있는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이하 E피스).

지난해 2월 문을 연 E피스는 일본 최초의 '거리 속 축구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 외곽에 떨어져 있던 기존 홈구장인 히로시마 육상경기장과 달리 히로시마역 및 원폭돔 등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J리그 대부분 경기장이 시 외곽에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시내 한복판에 문을 연 E피스 수용 규모는 2만8520명으로 육상경기장(3만6894명) 시절보다 줄었다. 그러나 평균 관중 수는 육상경기장 시절이었던 2023년 1만6128명에서 2024년 2만5609명, 올해 현재 2만545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엔 '새 집 효과'가 적지 않았으나 올해 흥행 폭이 더 늘었다. 거의 매 경기 만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히로시마는 J1 3회 우승을 자랑하는 강팀. 그러나 흥행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49년 창단, 골수팬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히로시마 카프와 경쟁해야 하는 게 크다는 분석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E피스 완공 후 카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햄버거 사며 경기봐요" 흥행돌풍, 화제의 日 신축 경기장…K리그 흥행 …
◇대구iM뱅크파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피스는 완공 당시 국내 팬들 사이에 대구iM뱅크파크와 같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히로시마와 대구FC 모두 기존 홈 구장이 시내와 멀리 떨어진 종합경기장, 지역 내 인기 프로야구단의 존재 등으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내 지근거리에 전용구장을 짓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수용 규모를 줄였음에도 흥행에 청신호를 켰기 때문이다. 다만 대구iM뱅크파크가 여전히 '축구'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것과 달리, E피스는 스포츠-문화 복합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일본 야후 스포츠나비는 최근 E피스 건설 컨셉과 과정 등을 돌아보는 연재 기사를 게재 중이다. 25일 인터뷰에 나선 노부에 마사미 E피스 준비실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장이 E피스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노부에 실장은 "소비자의 시선에서 '주말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고 한다면, 쇼핑이나 해수욕, '방콕'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축구 관전'은 그들에게 어떤 위치일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무승부 경기가 나오면 원래 축구를 보던 이들에겐 '이 승점 1은 크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처음 경기장에 온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이 경기장에 또 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햄버거 사며 경기봐요" 흥행돌풍, 화제의 日 신축 경기장…K리그 흥행 …
◇사진출처=알리안츠필드 홈페이지
이런 그에게 전기가 된 것은 미국 시찰이었다. 노부에 실장은 "유럽 각 리그 경기장을 둘러본 후 MLS가 J리그 평균 관중 수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봤다. 미국은 축구가 소위 4대 프로스포츠(NFL, MLB, NBA, NHL)에 밀린 비인기 종목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MLS 경기장 뿐만 아니라 4대 스포츠 홈구장이 위치한 도시도 둘러봤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FC 홈구장인) 미니애폴리스의 알리안츠필드였다"고 소개했다. 2019년 개장한 알리안츠 필드는 수용규모 1만9400명으로 미국 경기장 치고는 작은 편. 그러나 기존 축구장과 달리 개방형 콩코스가 그라운드를 둘러싼 구조로 좌석 바깥에서도 언제나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 됐다. 노부에 실장은 "유럽 경기장은 남성 팬 비율이 굉장히 높았지만, 미국은 여성 및 가족 동반 관중이 일본보다 더 많은 인상이었다. 유럽에선 전후반 내내 경기에 집중하고 좌석에서 일어나는 건 하프타임 뿐이었지만, MLS에선 경기 중에도 팬들이 개방된 콩코스에 위치한 매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단순히 축구 뿐만 아니라 경기장의 분위기, 음식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했다"며 "단순히 관전 문화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기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컨셉에서 볼 때 매우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햄버거 사며 경기봐요" 흥행돌풍, 화제의 日 신축 경기장…K리그 흥행 …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스포츠조선DB
'콩코스 개방형 경기장'은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건설된 인천 랜더스필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 라이온즈파크, 창원NC파크,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등 KBO리그 경기장 절반 이상이 이런 개방형 콩코스 구조다. 관중석에 앉아 있지 않아도 언제든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매점 등 편의시설 접근도 용이하다. 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이 경기장의 출현을 계기로 KBO리그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성공했다. 다만 K리그에서 이런 형태의 경기장은 아직 없다. 가장 최근 건설된 대구iM뱅크파크도 콩코스와 그라운드가 개방형이 아닌 분리된 구조다.


K리그도 코로나 시대가 종식된 후 흥행 바람을 타고 있다. 2023년에는 유료관중 집계 후 처음으로 300만관중에 도달했고, 지난해엔 340만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관중 동원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경기장이 '경기'만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복합 공간으로 자리 잡은 현재, KBO리그의 성공과 E피스의 사례는 K리그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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