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는 12일 오후 4시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한 축구대표팀 스탠딩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느꼈듯이 브라질은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보니 조금 많이 버겁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서 월드컵에 가서 강한 상대를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시금 알게 된 것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전반 2골, 후반 3골을 헌납하며 0대5로 패했다. 2001년 프랑스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에서 0대5로 패한 후 24년만에 홈에서 당한 다섯골차 패배로 선수들이 받는 충격이 상당했을 터. 선수단은 11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이날 훈련장에 복귀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와의 두 번째 친선경기를 준비한다.
브라질전에서 후반 18분 주장 손흥민(LA FC)과 교체투입해 27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빈 오현규는 "경기장 밖에서 눈으로 보는것과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과 부대끼면서 뛰는 건 다르다. 개인적으론 강한 상대와 경기를 할 때 조금 더 재밌고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내가 투입됐을 때 스코어적으로 처진 상황이었지만, 몇 분이 됐든 강한 선수들을 보유한 강팀과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도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상대로 레알 마드리드 소속 에데르 밀리탕, 아스널 소속 가브리엘 마갈량이스로 센터백 조합을 꾸려 한국 공격진을 상대했다. 한국은 브라질을 상대로 90분 동안 한 번의 유효슈팅만을 기록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현규는 "레알, 아스널과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들과 부딪혀보는 건 정말 영광"이라며 "물론 저 역시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심은 있지만, 우러러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를 하다 보면 해볼만 할 것이고, 그렇게 다음 월드컵에서 만나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파라과이에 대해선 "터프하고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다. 전보다 개인적으로나 멘탈적으로 잘 준비해서 이번 경기를 꼭 승리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훈련 전 선수단 미팅 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묻는 말에 "경기를 잘 준비했지만, 실점을 하다보니 선수들 갭(간격)이 벌어지고, 텐션이 낮아진 부분이 있었다. 실제 대회에 갔을 때 브라질전처럼 한 골을 실점했을 때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라고 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브라질의 A매치 평가전, 손흥민이 오현규와 교체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10/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국가대표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오현규는 "(손)흥민이형과 같이 뛴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흥민이형이 직선적이고 뒷공간 움직임도 날카롭다. 또 공을 소유했을 때 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스트라이커 입장에선 (수비수가)분산이 되고 고립되지 않는 상황이 나온다. 흥민이형과 뛸 때는 그런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흥민이형은 대한민국 캡틴이다. 흥민이형과 경쟁한다는 표현은 좀…. 항상 보고 배우는 입장이다. 축구적으로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이렇게 열흘 간의 소집 기간에 함께하는 것 만으로 영광스럽다.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오현규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슈투트가르트행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대해 "9월 미국 원정을 다녀와 벨기에에서 몇 주 동안은 힘들었다. 이적이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집에 있는 짐을 내팽개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현타 아닌 현타가 왔다. 여기 있는 것이 꿈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목표하고 가야 할 곳은 분명해졌다. 좋은 상황이 또 온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굉장히 (멘털적으로)깔끔하다"라고 말했다. 고양=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