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손타클로스'의 추억, EPL 140년 전통 깨졌다…빡시지 않은 박싱데이, 올해 맨유-뉴캐슬전 '유일'

기사입력 2025-11-01 05:50


[공식발표]'손타클로스'의 추억, EPL 140년 전통 깨졌다…빡시지 않…
출처=토트넘 구단 SNS

[공식발표]'손타클로스'의 추억, EPL 140년 전통 깨졌다…빡시지 않…
로이터연합뉴스

[공식발표]'손타클로스'의 추억, EPL 140년 전통 깨졌다…빡시지 않…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유구한 전통이 깨졌다.

EPL 사무국은 1일(한국시각), 올해 박싱데이에 EPL 한 경기만 치러진다고 발표했다. 현지시각 26일 오후 8시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라포드에서 열리는 맨유와 뉴캐슬의 2025~2026시즌 EPL 18라운드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9경기는 박싱데이가 아닌 다른 날에 치러진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일정처럼 27일 토요일에 7경기(노팅엄-맨시티, 브렌트포드-본머스, 아스널-브라이튼, 리버풀-울버햄튼, 번리-에버턴, 웨스트햄-풀럼, 첼시-애스턴 빌라), 28일 일요일에 2경기(선덜랜드-리즈, 팰리스-토트넘)가 열린다.

EPL측은 '유럽 클럽 대회의 확대'로 인해 주말 경기 수가 줄어들면서 불가피한 축소였다고 설명했다.

'박싱데이'(Boxing Day)는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26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영연방 국가는 이날을 연휴로 지정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영주들이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후 농노들에게 생필품과 돈을 채운 '박스'(Box)를 선물한 것에서 유래한다.

19세기는 잉글랜드 축구가 지금의 축구 규칙과 제도를 확립하고, 프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다. 이때부터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다음 날인 '박싱데이'에 축구장을 찾는 건 노동자 계층 축구팬들의 일상이었다. EPL에선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살인일정'을 펼치며 팬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해버지' 박지성, '손세이셔널' 손흥민(LA FC) 등 수많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박싱데이의 치열함을 경험했다. 특히 손흥민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토트넘에서 뛰며 박싱데이에 강한 면모를 보며 '손타클로스'라는 별명을 달았다.


[공식발표]'손타클로스'의 추억, EPL 140년 전통 깨졌다…빡시지 않…
1963년 EPL 박싱데이 결과
EPL은 유럽클럽대항전이 처음으로 확대된 지난시즌 박싱데이에 8경기를 치렀다. 박싱데이가 금요일이었던 2014년엔 10경기가 모두가 열렸다. EPL 대변인은 "EPL은 이번 박싱데이에 경기수가 감소된 상황에 대해 사과드린다. 이는 영국 축구의 중요한 전통에 영향을 미쳤다"며 "유럽클럽대항전 확대로 인해 EPL 경기 일정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시즌을 앞두고 FA컵을 포함한 국내 일정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EPL은 1995년 이후 (시즌당)380경기를 치러왔지만, 올 시즌엔 이전시즌보다 적은 33주 주말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2024~2025시즌부터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에 더 많은 팀이 참가해 조별리그가 아닌 리그를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해 전체 일정은 종전 6주에서 10주로 늘었다. 컨퍼런스리그는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인 12월18일에도 열린다. EPL에선 크리스탈 팰리스가 컨퍼런스리그에 나선다.

여기에 12월16일엔 리그컵인 EFL컵 8강전이 열린다. 맨시티-브렌트포드, 아스널-팰리스, 카디프시티-첼시, 뉴캐슬-풀럼이 격돌한다. 팰리스는 두 경기 일정이 겹쳐 아스널전이 23일쯤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22일엔 풀럼과 노팅엄의 17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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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권장한대로 모든 클럽이 경기 사이에 최소 60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FIFA는 지난 7월 세계축구선수협회(Fifpro)와 경기 사이에 최소 72시간의 휴식 시간을 두기로 합의했다. EPL 대변인은 "주말 경기수가 줄어들면서 리그는 일정에 얽매이게 됐다. 다음시즌엔 박싱데이가 토요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EPL 경기가 치러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잉글랜드 축구 서포터협회는 EPL 사무국의 발표 후 SNS를 통해 "EPL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TV 중계 일정이 예정보다 2주 늦게 발표됐다. 뉴캐슬의 올드트래포드 원정은 그 기간에 펼쳐지는 원정경기 중 (거리가)가장 먼 경기였는데, 박싱데이에 터무니없이 늦은 오후 8시에 열린다고 한다. 경솔한 결정"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영국공영방송 'BBC'와 에버튼 구단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축구 통계학자인 개빈 버클랜드는 '디 애슬레틱'을 통해 올해 박싱데이가 단 한 경기만 치러지는 것을 '영국 축구의 위대한 전통의 종말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표현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요일에 경기가 열리지 않는 기간을 제외하면 140년 동안 박싱 데이에 경기가 열렸다. 새로운 경기 일정이 발표되면 EPL 팬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박싱데이에 어떤 팀과 맞붙을 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고, 많은 가족에게 이는 전통이다. 이 소식은 우리 축구의 전통적이고 소중한 면모가 상업적인 목적을 추구하면서 깎아내려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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