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팀 살리려는 베테랑의 작심발언

기사입력 2025-11-05 06:15


"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
김진수. 사진(상암)=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 4차전 FC 서울과 청두 룽청의 경기. FC 서울 김진수의 돌파를 막아서고 있는 청두 선수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04/

[상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더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걸까.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 작심한 듯 후배들을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FC서울 고참 수비수 김진수(33)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청두 룽청과의 2025~202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4차전을 0대0 무승부로 마치고 취재진과 믹스트존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장 린가드가 인터뷰 요청을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 소신발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진수는 졸전 끝에 0대0으로 비긴 이후에도 언론 앞에 서는 걸 피하지 않았다.

평소만큼, 아니, 평소보다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1일 대전 하나와의 K리그1 경기 1대3 패배에 이어 이날 연이어 승리를 놓친 서울의 현 상황에 대해 "시즌이 끝나가면 끝나갈수록 조금씩 (안 좋은 것들이)더 드러나는 것 같아서 팀의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분명 치고 올라가야 되는 타이밍이 여러번 있었는데 올라가지 못하다 보니까 조금씩 심리적인 문제가 조금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안타까움부터 토로했다. ACLE 리그 스테이지 4경기에서 1승(2무1패·5점)에 그친 서울은 7위로 떨어졌다. K리그1에서도 승점 48로 3경기를 남겨두고 4위 포항(승점 54)과 6점차로 벌어졌다. 서울은 올 시즌 플랜A(전반)보다 플랜B(후반)로 효과를 봤으나, 정작 승부를 내야 할 시즌 막바지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도 결과인데, 내용(경기력)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 4차전 FC 서울과 청두 룽청의 경기. FC 서울 정승원이 청두 수비수와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04/

"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 4차전 FC 서울과 청두 룽청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지켜보는 청두 서정원 감독과 FC서울 김기동 감독.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04/
올해 전북 현대를 떠나 서울에 둥지를 튼 김진수는 "어느 팀과 경기를 하든 전반전은 힘싸움이다. 상대가 힘이 있고 우리도 힘이 있을 때는 집중력 하나로 흐름을 넘겨주거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온다. (전반에 서울이 부진한 이유가)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우리가 먼저 흐름을 넘겨주는 것 같아서 선수들과도 소통도 많이 했는데, 이게 쉽게 바뀌는 것 같지 않다. 선수 개개인이 느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1년차 김진수가 생각하는 서울의 근본적인 문제는 실력이 아닌 멘털이다. 서울은 2024년 김기동 감독이 포항에서 건너오기 수년 전부터 멘털 문제를 드러내왔다. 축구 실력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 모여 좋은 성적을 기대케했지만, 압박감에 못 이겨 고꾸라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24시즌 김 감독 체제에서 5년만에 파이널A 그룹에 진출하며 어느정도 고민거리가 해결된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진 올해 행보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진수는 "내가 서울에서 어린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느낀 건 기량은 정말 좋은데, 그게 훈련장에서만 나오지, 경기장에선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거다. 훈련하는 걸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제 입장에선 그게 다 멘털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경험있는 선수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배워가는 단계에서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들은 조금의 부담감만 생겨도 (플레이가)잘 안 되는 것 같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아마추어틱한 패스 미스를 반복했다.


"못하면 어때? 깡으로 해" 서울의 고질병은 '멘털', 핵심 짚은 김진수…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 4차전 FC 서울과 청두 룽청의 경기. FC 서울 김진수가 청두 수비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04/
다그치려는 의도만 있는 건 아니다. 김진수는 "그 선수들한텐 조금 더 자신있게 하라고, 필요한 거 있으면 도와주겠다라고 계속 얘기한다. 이 인터뷰를 그 선수들이 보겠지만, 난 우리 어린 선수들을 정말 믿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한텐 정말 필요한 선수들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누구에게나 소년, 소녀시절이 있는 것처럼, 김진수도 한때는 멋모르는 막내였다. 김진수는 "제가 어릴 때는 뭐가 있었을까. 그냥 깡으로 했다. 경기를 못하면 어떤가. 다음 날 훈련할 때 열심히 하고, 다시 경기장 가서 뛰면서 성장을 하는거다. 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가진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흐름이 한풀 꺾인 서울은 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포항과 K리그1 36라운드를 펼친다. 4위 탈환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비기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김진수는 "나는 압박감이 있는 경기를 잘 치른 적이 많아서 그런 경기라고 기가 죽지 않는다. 자신도 있다. 훈련장에서 먼저 몸으로 보여줄 생각"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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