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리포트]"K리그, 亞리더가 되려면…" 전북 승강PO→조기우승 이끈 포옛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조언

기사입력 2025-11-06 08:55


[전주 리포트]"K리그, 亞리더가 되려면…" 전북 승강PO→조기우승 이끈…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앞으로 내 커리어에서 이 기록을 깨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다."

5개월 간 지속된 26경기 연속 무패(21승5무) 기록. 2025 K리그1 조기 우승을 달성한 전북 현대의 거스 포옛 감독이 꼽은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이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생존 사투를 펼쳤던 전북은 포옛 감독 체제로 전환한 올 시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스쿼드였음에도 압도적인 성적을 쌓으면서 스플릿 이전 조기 우승이라는 두 번째 역사를 썼다. 사상 첫 K리그 두 자릿수 우승(10회)에 도달하며 단일 리그 10회 우승을 뜻하는 '라 데시마'를 품었다. 포옛 감독은 "부임 전 지난해 전북 경기를 봤을 때 경기적인 부분은 디테일만 조금 손보면 됐다고 봐 쉽게 여겼다. 정신적인 부분은 쉽지 않다고 봤는데, 스쿼드 변화가 계기가 되면서 결과로 잘 나타났다. 이후 경기력 여부와 관계 없이 이길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리스에선 9경기, 프랑스에선 5~6경기 정도 무패를 했던 것 같다. 브라이턴 시절엔 시즌 초반 8경기 무패가 3부(리그1) 우승 계기가 됐다"며 "팀이 성적을 내려면 기세도 필요한데, 26경기 연속 무패는 정말 놀라운 기록이다. 앞으로 내 커리어에서 이 기록을 깨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장 박진섭도 "무패 당시에도 경기력적으로는 좋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선수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든 게 큰 힘이 됐다"며 "감독님은 평소에 편안하게 대해주지만 경기장 안에선 누구보다 카리스마가 있다. 선수들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가장 먼저 캐치하고 강하게 다그치시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포옛 감독의 눈에 비춰진 K리그에서의 1년은 과연 어땠을까.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 샐러리캡 등 다른 리그와 다른 부분이 있기에 절대적으로 비교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뗀 포옛 감독은 "대응하기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경기 전 상대가 지난 몇 경기에 어떤 선수 구성과 전술로 나섰는지 보고 예측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K리그에선 막상 맞붙어보면 상대가 앞선 경기와 선수 구성을 5~6명씩 바꿔 나와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잘 대응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던 적도 있고, 개인적으로 좌절했던 순간도 있었다"며 "어려움을 겪은 뒤 상대에 대해 단순하게 보려 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가 공수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전주 리포트]"K리그, 亞리더가 되려면…" 전북 승강PO→조기우승 이끈…
◇사진제공=전북 현대
K리그에서 얻은 성과는 이제 아시아 무대로 이어진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우승팀 자격으로 2026~2027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K리그1을 제패한 전북이 과연 아시아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호주 등 숱한 경쟁 상대들 속에서 전북과 K리그의 경쟁력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포옛 감독은 "전북 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팀들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있다. 그만큼 강한 팀들이 많다"며 "하지만 최근 사우디가 많은 투자를 하면서 다른 레벨에서 노는 듯한 스쿼드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에서 K리그의 성공 여부는) 투자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알 힐랄(사우디)-광주FC전을 보면 광주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알 힐랄의 스쿼드 상 불공평한 경기라 느껴질 정도였다"며 "연맹과 협회가 K리그가 재정적으로 아시아 리더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또 "아시아 클럽대항전이 추춘제로 개편돼 있는데 우리는 올해 우승했음에도 내년 가을이 돼야 대회에 나설 수 있는 기이한 구조도 손봐야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 팀이 훨씬 더 좋은 컨디션으로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적시장에 대해서도 "K리그 선수들의 수준에 비해 가격 책정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핵심 선수임에도 유럽 리그에 진출할 때는 제 값을 못 받고 이적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유럽 군소리그의 이름 없는 선수가 우리팀 핵심선수보다 2~3배의 가치로 책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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