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권창훈-지우반의 케미, 전북 라데시마 결실

기사입력 2025-11-11 13:20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출처=지우반 인스타그램 캡쳐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출처=권창훈 인스타그램 캡쳐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출처=권창훈인스타그램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거저 얻는 성공, 거저 얻는 우승은 없다.

전북 현대가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라데시마(10번째 우승)를 달성한 데에는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조연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그중에서 올해 가장 놀라운 반전을 일으킨 조연을 한 명 꼽자면 미드필더 권창훈(31)이다.

수원 삼성 출신 권창훈은 잦은 부상 이력으로 인해 2024년 기대반 우려반 전북에 입단했다. 전북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를 정도로 '역대급' 부진에 휩싸인 2024시즌 단 8경기(2골1도움) 출전에 그치며 우려를 키운 권창훈은 올해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 22경기(3도움)를 뛰며 팀의 조기 우승에 일조했다. 22경기 중 교체로 21경기를 뛴 권창훈은 본래 포지션인 윙어뿐 아니라 미드필더, 풀백 등 포옛 감독이 요구하는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전성기 시절 폭발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으로 누구보다 경기장에서 돋보였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과였던 권창훈은 올 시즌 개성 강한 선수가 많은 전북에서 자신의 롤모델인 맨유 시절 박지성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포옛 감독은 8월 강원과의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을 마치고 "권창훈은 평소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다. 유럽에서 오래 뛰려면 기술, 능력, 멘털이 성숙해야 한다. 권창훈은 모든 걸 갖췄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권창훈은 디종(프랑스), 프라이부르크(독일), 수원 등에서 뛰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8년엔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K리그로 돌아온 이후로도 왼쪽 발뒤꿈치가 계속 말썽을 부렸다. 올시즌 K리그 출전시간 710분은 주전급 선수들에겐 많지 않지만, 권창훈과 권창훈 가족에겐 엄청난 축복이었다. 권창훈 부모는 부천에서 오랜 세월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며 축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출처=지우반 인스타그램 캡쳐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이 '대관식'을 거행한 이후인 10일, 지우반 전북 피지오가 개인 SNS에 공개한 사연엔 권창훈과 권창훈 가족의 남모를 고충을 느낄 수 있다. 브라질 출신 지우반은 "난 축구인생에서 수많은 아름답고 감사한 순간을 경험했다. 언제나 선수 한 명, 한 명을 돕고자 노력했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하기도 했다. 부상의 고통,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좌절감, 각 선수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조용한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운을 뗐다.

"지난 토요일(대전전), 내 경력에서 가장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다"라고 말을 이어나간 지우반은 "권창훈은 거의 2년간 부상과 수술, 불확실함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재활과 훈련, 치료, 그리고 믿음의 길을 걸어가며 그가 다시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챔피언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봤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에서 '봉동화타'로 불리는 지우반은 지난 2년간 권창훈의 부상 관리에 힘썼다. 권창훈은 지난해 8월 그라운드 복귀전을 마치고 SNS 게시글에 지우반과 포옹하는 사진을 가장 먼저 올린 후 "지우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라데시마 대관식에서도 지우반과 트로피를 함께 든 사진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눈물 글썽이며 '브라질 선생님' 꼭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에서 수많은 선수의 커리어를 되살린 지우반은 "K리그 우승 세리머니 중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권창훈이 나를 가족에게 소개해준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눈물이 고인 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나를 꼭 안아줬다. 아들이 다시 사랑하는 일(축구)을 하게 된 것을 보는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따뜻하고 진한 포옹이었다. 사랑과 안도, 깊은 감사가 느껴졌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축구를 넘어선 어떤 것을 느꼈다. 그동안의 고통, 노력이 그 포옹으로 녹아든 것 같았다. 그것은 아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고통받았지만, 이제는 안도와 미소로 다시 태어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포옹이었다. 그날 난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부상을 치료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축구에 대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일을 한다는 것을 말이다"라고 했다.

지우반은 "권창훈의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은 나에게 진정한 감사의 의미를 가르쳐줬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힘인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라는 말로 따뜻한 울림을 전했다.

우승을 대하는 구성원의 마음이 모두 똑같을 순 없다. 권창훈에겐 부상과의 긴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했다는 징표였다. 지우반의 '어시스트'를 받은 권창훈은 프로 데뷔 12년만에 처음으로 리그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리며 축구인생 제2막을 활짝 열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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