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답답+불안의 이유는 '3선 플레이'

기사입력 2025-11-16 14:47


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답답+불안의 이유는 '3선 플레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 홍명보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14/

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답답+불안의 이유는 '3선 플레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 김진규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14/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호가 다시 '플랜A'로 돌아왔다. 홍 감독은 지난 9월과 10월 A매치에서 '플랜B'인 스리백을 집중 실험했다. 홍명보 감독은 11월 A매치 첫 경기였던 14일 볼리비아전에서 4-2-3-1 카드를 꺼냈다. 홍 감독 부임 후 줄곧 사용했던 포메이션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전까지 내년 3월 A매치 2경기만을 남겨둔 홍 감독은 11월 다시 한번 플랜A 점검에 나섰다.

익숙한 전형으로 돌아왔지만,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무려 54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볼리비아(FIFA랭킹 76위)를 상대로, 홈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압도하지 못했다. 스코어는 2대0 완승이었지만,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상대 압박을 풀어내지 못했고, 상대 역습에 고전했다.

10월 A매치에서 드러났던 약점들이 또 다시 노출됐다. 홍 감독은 9월 미국 원정에서 미국(2대0 승), 멕시코(2대2 무)를 상대로 호평을 받은 3-4-2-1 카드를 10월 A매치에서도 활용했다. 하지만 브라질전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며 0대5 참패를 당했고, 이어진 파라과이전에서는 2대0 승리를 거뒀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상대가 부진했던게 컸다.

아쉬운 '3선' 플레이 때문이다. 홍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3선에 최소 2명의 숫자를 배치한다. 홍 감독이 선호하는 4-2-3-1이나 3-4-2-1, 모두 중원에 두 명이 자리한다. 홍 감독은 중원에서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홍 감독의 '페르소나'인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가 부상으로 쓰러진 후 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용우는 잦은 실수와 아쉬운 수비력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빌드업시 수비진 사이에 들어가 숫자를 늘리고, 수비시 중원과 수비진 사이를 커버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답답+불안의 이유는 '3선 플레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 경기에 나선 원두재의 모습.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14/

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답답+불안의 이유는 '3선 플레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 김민재가 슛팅을 시도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14/
이런 박용우의 이탈로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 홍 감독은 원두재(코르파칸) 권혁규(낭트) 등 박용우 대체자 찾기에 집중함과 동시에 새로운 중원 운영법을 시도했다.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8번(공수를 오가는 중앙 미드필더) 유형을 기용하며, 역동적인 형태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기동력이 좋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앞세워 과감한 압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활동량과 기술이 좋은 김진규(전북)가 중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형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후방에 안정적으로 포진하던 중앙 미드필더가 앞선으로 뛰어나가자,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커지는 약점이 생겼다. 상대 입장에서는 이 압박을 벗기기만 하면 곧바로 수비와 맞닥뜨리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브라질은 이같은 약점을 활용해 5골이나 뽑아냈고, 볼리비아도 시종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넓은 행동 반경을 가진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핸)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없었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빌드업시에도 정확한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무의미한 킥이 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공격 앞쪽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경기를 풀기 위해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장면이 여러차례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빠른 전개가 나오지 않았고, 공격 템포가 떨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물론 부상으로 빠진 '중원의 핵' 황인범(페예노르트)의 공백이 컸지만, 중원의 전술 운용 자체가 아쉽다보니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스리백, 포백의 문제가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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