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민성호 골키퍼 황재윤(수원FC)이 승부차기에서 같은 방향으로 6번 연속 몸을 날린 것에 대해 베트남 현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는 24일(한국시각),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 골키퍼가 6번 연속 오른쪽으로 다이빙한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 승부차기 순간을 재조명했다.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3-4위전으로 추락한 이민성호는 전반 30분 응우옌 꺽 비엣에게 선제골을 맞고 전반을 0-1로 끌려간채 마쳤다. 후반 24분 김태원(카탈레 도야마)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린 대한민국은 2분만에 응우옌 딘 박에게 추가 실점했다.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 97분 '골 넣는 수비수' 신민하(강원)가 극장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후반 41분 딘 박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 속 연장전에 돌입한 이민성호는 연장전에 골망을 가르지 못해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문제는 승부차기에서 발생했다.
이날 주전 골키퍼 홍성민(포항)을 대신해 선발 기회를 잡은 황재윤은 승부차기에서 상대 1번~6번 키커의 슛을 막기 위해 한쪽 방향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언젠가는 한번 골문 왼쪽 구석으로 차겠지'라는 심정으로 6번 연속 골문 왼쪽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베트남 키커들은 황재윤의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다는 듯, 하나같이 골문 왼쪽 구석을 피해 공을 찼다. 황재윤은 승부차기 스코어 6-6 상황에서 베트남 7번째 키커인 은구옌 탄 난 차례에선 처음으로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꿨다. 하지만 탄 난은 기다렸다는 듯, 베트남 키커 중 유일하게 골문 왼쪽으로 공을 날렸다. 한국의 7번째 키커 배현서(경남)의 실축이 더해져 경기는 베트남의 승부차기 스코어 7대6 승리로 끝났다. 한국인 지도자간의 지략대결에서 김상식 베트남 U-23 대표팀 감독이 웃었다.
이민성호는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베트남을 상대로 120분 동안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지만, 승부차기 전략도 부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뒀다면, 골키퍼가 한 쪽 방향으로만 6번 몸을 날리는 선택을 하진 않았을 터다.
'VN 익스프레스'는 과거 엘링 홀란(맨시티)이 맨유전에서 상대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와의 승부차기 맞대결에서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오나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반대쪽으로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한 장면을 '소환'했다. 심리전에서 베트남이 한국에 우위를 점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 대해 한국 골키퍼가 왼쪽으로 몸을 날린 이유가 베트남 U-23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서가 생각한다'라고 조롱했다.
황재윤은 경기 후 팬의 거센 비난에 결국 SNS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늦게까지 응원해준 한국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먼저 감독님, 코치님께 지시받은 건 전혀없었다. 저의 온전한 잘못이다. (팬분들이)해주는 모든 말을 겸허히 받들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라고 적었다.
황재윤은 자신의 잘못이란 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지시받은 건 전혀 없었다'는 말에서 승부차기 사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상 국제 대회에선 토너먼트에 대비해 미리 승부차기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골키퍼들이 승부차기를 앞두고 상대 키커의 주요 킥 방향이 적힌 수건, 물병 등을 보며 '벼락치기'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황재윤은 적어도 이날 만큼은 어떠한 사전 준비도 없이 '느낌'대로 몸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준비에 실패한 팀에 성공을 바라는 건 무리였다.
대회 내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더니 4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이민성 감독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우린)계속해야 발전해야 하는 팀"이라고 대회를 총평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실점하는 면이 아쉽다. 하프 스페이스, 파이널 서드에서의 움직임을 보완하면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U-23 대표팀은 25일 귀국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