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보다 좋을 수 없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일궜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대1 역전승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대한민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8분 후인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를 10분 남겨둔 후반 35분 '특급 조커' 오현규(베식타시)가 월드컵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폭발했다. 대한민국은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그대로 승리하며 값진 승점 3점을 획득했다.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적중했다. 1골 1도움을 작성한 황인범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꺾고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군 대한민국은 16년만에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획득한 홍명보호는 멕시코(승점 3)에 이어 조 2위로 2차전을 맞이하게 됐다. 멕시코와 승점 3점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차에서 1골 밀렸다. 앞서 멕시코는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2대0으로 꺾었다. 2차전 멕시코전은 19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손흥민(LA FC)을 최전방에 세우고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으로 공격 2선을 구축했다. 설영우(즈베즈다)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 양 윙백을 맡고 황인범(페예노르트) 백승호(버밍엄시티)가 중원 듀오로 나선다. 이한범(미트윌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기혁(강원)이 스리백을 구축한다. 김승규(FC도쿄)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체코는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가 공격 선봉을 맡고, 파벨 슐츠(올랭피크 리옹)와 루카시 프로보드(슬라비아 프라하)가 양 날개를 구성했다. 블라디미르 초우팔(호펜하임)과 야로슬라프 젤레니(스파르타 프라하)가 양 윙백 자리에 위치했고, 토마시 소우체크(웨스트햄)와 알렉산드르 소이카(빅토리아 플젠)가 중앙 미드필더 듀오로 나섰다. 슈테판 찰루펙(슬라비아 프라하), 로빈 흐라냐치(호펜하임), 크레이치가 스리백을 꾸렸다. 마체이 코바르시(에인트호번)가 골문 앞에 섰다.
양팀은 전반 초반 신중한 탐색전을 펼쳤다. 전반 10분까진 다소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경기장 관중석 대부분을 메운 멕시코 현지팬은 '올레'를 외치며 더 빠른 공격 전개를 요구했다.
이강인이 12분 포문을 열었다. 파이널 서드 가운데 지점에서 골문으로 달려가는 이재성을 향해 침투패스를 찔렀다. 공을 잡은 이재성이 뒤로 내준 공을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수비 다리에 맞고 굴절됐다.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 이태석이 올려준 공을 이한범이 이마로 받았지만,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다.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14분, 이강인이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잡아 과감하게 왼발 중거리 무회전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발등에 제대로 얹혀 골문 방향으로 날아갔으나, 상대 골키퍼 코바르시가 몸을 날려 쳐냈다.
15분, 상대에 완전히 흐름이 넘어갈 뻔한 실수가 나왔다. 자기 진영에서 김민재의 횡패스를 받은 이기혁이 트래핑 미스로 볼을 놓쳤다. 공을 가로챈 프로보드가 이기혁의 태클을 피해 우측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뒤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시크가 공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김민재가 침착한 마크로 슈팅을 저지했다.
한국은 16분, 21분, 22분, 6분 간격으로 코너킥을 세 번이나 내줬다.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얼떨결에 수체크의 몸에 맞은 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주심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가동을 알렸다. 한국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 등 수비수들을 붙잡고 열혈 지시했다. 수비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하이드레이션 가동 이후로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포지션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똑같이 11대11의 싸움인데 선수 숫자가 한 명 더 부족한 느낌이었다.
잠잠하던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손흥민이었다. 38분과 39분 각각 오른발과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두드렸다. 김민재의 전진패스를 받아 골문 좌측 구석을 노리고 찬 왼발 감아차기 슈팅은 제대로 감기지 않으며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 추가시간 오버래핑에 나선 이태석이 골문 앞에 있는 손흥민에게 크로스를 찔렀지만, 손흥민이 제대로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은 득점없이 마무리됐다.
후반 초반도 한국 페이스였다. 2분, 황인범의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맞고 나오자, 이재성이 달려들며 리바운드 슈팅을 연결했다. 하지만 두 번의 슈팅 모두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무위에 그쳤다. 10분, 손흥민이 최고의 찬스를 잡았다. 백승호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논스톱으로 상대 박스 안으로 달려가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순식간에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손흥민이 달려나온 골키퍼를 피해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몸에 맞았다.
기회 뒤에 위기가 왔다. 14분, 초우팔의 롱 스로인을 크레이치가 헤더로 받아넣었다. 허무한 선제실점.
홍 감독은 실점 후인 17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상대도 후반 18분 아담 흘로첵, 토마스 호리, 미칼 사디엑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22분, 한국이 짜릿한 동점골을 뽑았다. 이강인이 찔러준 패스를 잡은 황인범이 상대 골키퍼가 달려나온 것을 확인한 뒤 공을 한번 접어놓고 오른발 칩샷을 때렸다. 공은 그대로 골망에 닿았다.
흐름을 탄 한국은 이태석 손흥민을 빼고 엄지성 오현규를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체크에게 헤더로 골을 허용했지만, 다행히 오프사이드 반칙에 의해 무효처리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35분, 역전골이 폭발했다. 백승호가 상대 수비 우측 뒷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황인범을 향해 공간 패스를 찔렀다. 공을 잡은 황인범이 골문 방향으로 달려드는 오현규를 향해 오른발 크로스를 찔렀다. 오현규가 이를 왼발로 돌려놓으며 한국에 리드를 선물했다.
후반 37분, 상대 스로인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흘로첵이 잡아 왼발슛을 쐈지만 김승규가 몸을 날려 슈퍼세이브했다. '한국 축구'를 살린 세이브.
홍 감독은 후반 39분 황인범 백승호를 동시에 빼고 박진섭 김진규를 투입하며 중원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사디엑의 슈팅도 김승규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한국이 16년만에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