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깜짝 발탁'을 넘어 깜짝 활약이다. 이기혁(강원)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선발로서 첫 경기를 마쳤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이기혁은 이날 선발로 출전했다. 김민재, 이한범과 스리백을 구축하며, 한국 수비라인을 지켰다. 이기혁을 비롯한 수비진은 한 골을 허용한 실점 장면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경기력이 돋보였다.
이기혁은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을 거의 안 했다. 초반에 '그런 실수가 나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되지 않았다. 첫 경기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여기 오기까지의 과정 동안 준비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들을 다 생각하면서 한마음으로 뛰었다. 그러다보니까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이겨서 너무 기쁜 하루다"고 했다.
체코를 상대해본 소감에 대해서는 "경기 전 감독님이 큰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실수를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체코가 나를 집요하게 팔 것이라고 봤다. 굴하지 않고 빨리 잊으려 했다"며 "그래도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첫 실점 이후 동점골이 터졌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이기혁은 "역전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선수들끼리 무도건 잡고 가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단합이 잘 돼서 뒤집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기혁은 '반전'이었다. 강원의 상승세와 함께 K리그1 정상급 수비수로 발돋움한 자원, 2022년 동아시안컵 당시 홍콩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홍 감독 체제에서는 2024년 11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한 번 소집됐던 것이 전부였다. 김주성의 이탈, 그리고 정경호 감독 체제에서의 활약이 맞물리며 월드컵 출격 기회가 주어졌다. 물음표가 있었지만, 홍 감독이 주목한 능력을 세계 무대를 상대로 선보였다. 이날 경기 선발 멤버 중 유일한 K리그이기도 했던 이기혁은 "K리그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결과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다행이다"고 했다.
이기혁은 "월드컵에 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며 "직접 경험하니까 선수로서의 욕심이 끝없이 생긴다. 첫 경기에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했다. (김)태현이가 다쳐서 우연치 않게 기회가 내게 왔다. 그 기회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열심히 했다. 팀이 승리하는 데 역할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고 했다.
한국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이기혁이다. 그는 "관중이 많아서 압도되긴 했다"며 "한국 팬들이 큰 소리로 응원해주시니까 힘이 많이 됐다. 마음 한켠에 뭉클한 감정도 있었다. 환호를 받으면서 뛸 수 있는 것이 기쁘고, 팬들의 환호에 힘입어 경기를 뛴 것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이기혁은 솔트레이크시티 사전캠프에 본진과 함께 오며 오랜 기간 고지대 적응도 마쳤다. 체코전에서 고지대 적응 효과가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첫 주 차 훈련에서 너무 힘들었고, 적응이 안 됐다"며 "미리 사전에 훈련한 것이 오늘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체코보다 한 발 더 뛰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했다.
월드컵 데뷔전을 마친 이기혁에게 모두가 따뜻한 칭찬을 남겼다. 이기혁은 "(손)흥민이 형이나, 감독님께서 첫 경기인데 잘해줬다고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칭찬을 받으니까 뜻깊고, 기뻤던 경기다"고 했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