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준비에 소홀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 만족할만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자신했다. 특히, 약 3주간의 '고지대 살기'가 해발 1571m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본선에서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세간의 비판에도 스리백을 끝까지 밀고 간 것도 홍 감독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지도자로는 처음 나간 브라질월드컵에서 본선 전에 이미 '준비에 실패한' 경험을 지닌 홍 감독은 12년 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대회에는 더 꼼꼼하게, 더 빈틈없이 준비를 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 보단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지'를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12년 사이에 울산 HD 감독을 맡아 K리그1 우승을 이끌며 '자기 축구'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특히 변형 스리백은 울산 시절부터 홍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체코전은 오랜 노력과 고민의 결실을 맺는 경기였다. 월드컵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전에서 2대1 역전승하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2대0 승) 이후 무려 16년만에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전고를 올렸다. 2014년 브라질대회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하며 범국민적 비판을 받은 홍 감독은 12년의 기다림 끝에 지도자로도 월드컵 승리를 만끽했다. 홍 감독은 "선수로도 1990년(이탈리아월드컵)에 처음 월드컵에 출전해 2002년(한-일월드컵)에서 12년만에 월드컵 첫 승을 따냈다"며 미소지었다.
홍 감독은 "모두 고생한 선수들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라고 말했지만, 이날 경기의 포인트는 용병술이었다. 홍 감독은 전반 22분에 진행된 물보충 시간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설영우(즈베즈다) 이한범(미트윌란)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우측 라인에 배치된 선수들을 모아놓고 열혈 지시를 내려 경기 흐름을 바꿨다. 이강인에겐 빌드업 과정에서 우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리를 잡고 공간을 장악해줄 것으로 주문했고, 설영우에겐 배후 공간을 파고들 것을 지시했다. 하이드레이션 이후 한국의 공격은 살아났다.
후반전 용병술은 좀 더 과감했다. 후반 14분 상대 롱 스로인 공격에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감각적인 칩샷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한국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 추가골이 필요한 후반 24분, 홍 감독은 주장 손흥민(LA FC)을 불러들이고 38도 고열 증세를 보였던 오현규(베식타시)를 교체투입했다. 이날 결정적인 득점 찬스 2개를 놓친 걸 포함해 총 6개의 슈팅을 쏘고도 골망을 가르지 못한 손흥민은 69분만에 물러났다. 그는 홍 감독을 제외한 스태프, 동료들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벤치에 털썩 앉았다.
손흥민은 자존심이 상했을 법 하지만, 결론적으로 홍 감독의 교체 결정은 옳았다. '특급 조커' 오현규는 후반 35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골문 앞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지난 카타르대회 때 예비선수로 참가한 오현규는 18번 정식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데뷔전에서 첫 슈팅으로 데뷔골을 갈랐다. 그리고 그 데뷔골은 2대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로 기록됐다. 영국공영방송 'BBC'의 클린턴 모리슨은 실시간으로 "주장 손흥민을 오현규로 바꾸는 결정은 큰 대회에 출전한 지도자가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라고 용병술을 극찬했다.
훙 감독은 "오늘 전체적인 90분 놓고 보면, 분명한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 교체와 체력적인 문제, 우리가 상황이 0-1 지고 있다거나, 이기고 있다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 준비는 잘 되어 있었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고지대는 결과적으론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체코 선수들이 후반전에 체력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대에 체력적으로 더 상대를 몰아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고지대 훈련이 큰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32강 진출의 5부 능선을 넘었다. A조는 멕시코-대한민국(이상 승점 3)-체코-남아공(이상 승점 0)순이다. 앞서 멕시코가 홈 이점을 살려 남아공을 2대0으로 완파했다.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는 19일 오전 10시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