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새로운 톰과 제리 콤비가 떴다.'
'천재 플레이메이커' 이강인(25·파리생제르맹)과 설영우(28·츠르베나 즈베즈다) 콤비가 홍명보호 미래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3-4-3(3-4-2-1)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나서는 이강인과 오른쪽 윙백인 설영우는 경기장 안팎에서 최고의 '케미'(케미스트리)를 자랑하고 있다.
둘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한국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을 향한 예리한 침투패스로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황인범은 방향 전환으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를 벗겨낸 뒤, 빈 골문을 향한 감각적인 칩샷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강인의 발을 거친 황인범의 골은 무려 24번의 패스 연결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설영우는 이강인의 옆, 뒤에서 90분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이강인이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했다. 설영우는 이날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53회의 스프린트(전력질주)를 기록했다. 뛴거리는 10.7km로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이강인과 설영우는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에 대회 3연패를 선물하는 과정에서 우정을 키웠다. 나이는 설영우가 세 살 더 많지만,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건 늘 '막내형' 이강인이다.
둘은 체코전 승리 여운이 가시질 않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회복훈련에서 아웅다웅 '사랑싸움'을 하는 모습으로 축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설영우가 대한축구협회 공식방송(KFA TV) 카메라 앞에서 옆에 있는 이강인에게 '내 장점도 말해달라'고 하자, 이강인은 "잘 뛴다"라고 건성(?)으로 답했다. 발끈한 설영우가 "축구선수에게 잘 뛰는 게 장점이 될 수 없다. 그건 디폴트다. 다른 장점을 말해달라"라고 재차 요구했다. 한참 고민하던 이강인은 "특별히 뭘 잘한다기보다 고루 잘한다"라고 말해줬고, 설영우는 "육각형이라는거지?"라며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과거 대표팀에선 손흥민(LA FC)과 김신욱이 대표적인 '톰과 제리 콤비'로 불리었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유쾌한 장난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애뜻하게 생각하면서도 얼굴만 보면 장난을 걸었다. 그게 경기 중엔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바통을 건네받은 이강인-설영우 콤비는 이제 한차원 높은 팀을 상대한다. 19일 오전 10시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격돌하는 공동 개최국 멕시코의 강점은 '에이스' 훌리안 퀴뇨네스(알카디시아)를 앞세운 왼쪽 측면 공격이다. 퀴네뇨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인과 퀴뇨네스, 설영우와 멕시코 풀백 헤수스 가야르도(톨루카)의 맞붙을 (한국 시간)오른쪽 측면은 그야말로 전장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