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결국 이변은 없었다. 독일이 월드컵 3대회 만에 개막전 대승과 함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독일은 15일 오전 2시(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북중미월드컵 E조 1차전에서 퀴라소를 상대로 7대1로 승리했다.
퀴라소는 첫 월드컵, 독일은 21번째 월드컵. 경기 전 독일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고됐다. 무려 20년 전인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퀴라소의 지휘봉을 잡았다. '78세 260일'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사령탑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39세 최연소 사령탑 줄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과 40세 차 벤치 지략 대결 역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또 5월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40세 79일의 나이로 다섯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서며, 로타르 마테우스(39세 90일)를 제치고 독일 역사상 최고령 월드컵 출전 선수에 등극했다. 최초, 최고령, 최연소 기록이 쏟아진 일전, 월드컵 역사상 가장 작은 나라 퀴라소가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강국 독일을 상대로 월드컵 사상 첫 골 역사를 쓰며 환호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018년 러시아 대회 개막전에서 멕시코, 2022년 카타르에서 일본에게 잇달아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독일이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 패기의 퀴라소를 꺾고 압도적 대승으로 개막전 흑역사를 지워냈다.
라인업
-독일(4-2-3-1)=마누엘 노이어(GK)/조나단 타-조슈아 키미히-니코 슐로터벡-나다니엘 브라운/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자말 무시알라-플로리안 비르츠-르로이 사네-펠릭스 은메차/카이 하베르츠
-퀴라소(4-2-3-1)=엘로이 룸/셰렐 플로라누스-아르만도 오비스포-리체들리 바조어-데버론 폰빌/주니뉴 바쿠나-리바노 코메넨시아-레안드로 바쿠나-타히트 총-유르겐 로카디아/손트예 한센
전반
인구 15만명,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자국 인구의 절반인 7만2000명이 가득 들어찬 휴스턴스타디움에서 맞은 역사적인 첫 월드컵 무대. 퀴라소는 강호 독일에 거침없이 맞섰다. 휘슬과 함께 강한 압박과 함께 역습을 시도하며 독일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독일이 지배했다. 자말 무시알라, 플로리안 비르츠의 중원이 강력했다. 전반 5분 만에 첫 골이 나왔다. 비르츠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펠릭스 은메차가 골망을 흔들었다. 무시알라, 은메차, 르로이 사네, 비르츠의 슈팅이 쏟아졌다.
모두가 독일의 대량득점을 예상하던 순간, 퀴라소의 도전이 시작됐다. 전반 19분 만에 퀴라소의 월드컵 사상 첫 슈팅. 문전에서 집요하게 찬스를 노리던 퀴라소 레안드로 바쿠나의 슈팅이 높이 떴다. 그리고 2분 만인 전반 21분 기적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유르겐 로카디아가 슈팅 타이밍을 놓친 직후 뒤에서 흘러나온 볼을 이어받은 리바노 코멘시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백전노장 노이어를 뚫어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퀴라소의 월드컵 사상 첫 골 역사였다. 퀴라소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인간탑을 쌓는 세리머니로 감격을 표했다. 언더독의 눈부신 반란에 7만2000여 관중의 뜨거운 탄성이 쏟아졌다. '2004년생 영건' 코멘시아가 퀴라소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이어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직후 독일이 다시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32분 사네의 슈팅을 퀴라소 수비진이 몸 던져 막아냈다.
월드컵이 처음인 퀴라소는 독일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맞섰다. 그러나 독일은 독일이었다. 전반 38분 나다니엘 브라운의 코너킥에 이은 니코 슐로터벡의 헤더가 골망으로 빨려들었다.전반 추가시간 퀴라소 주닝요 바쿠나가 은메차에게 박스 안에서 가한 무리한 태클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카이 하베르츠가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이 3-1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후반 시작과 함께 독일의 추가골이 터졌다. 조슈아 키미히의 직선적인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자말 무시알라의 깔끔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4-1.
무시아라와 비르츠, 창의적인 독일의 미드필더 라인이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후반 17분 '퀴라소 캡틴' 바쿠나의 헤더가 높이 떴다. 후반 18분 뒷공간을 무너뜨린 르로이 사네의 1대1 찬스, 왼발 슈팅이 빗나갔다.
후반 19분 독일은 무시알라를 빼고 데니스 운다브를 투입했다. 퀴라소도 로카디아 대신 마르가리타를 투입해 측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21분 퀴라소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후반 24분 운다브의 패스를 이어받은 나다니엘 브라운의 추가골이 터졌다.
그러나 퀴라소는 끝까지 도전했다. 후반 30분 퀴라소 마르가리타의 대포알 슈팅이 골대를 살짝 넘기는 순간 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독일 역시 멈출 뜻이 없었다. 후반 32분 키미히의 컷백을 이어받은 운다브가 다시 한번 골망을 뚫어냈다. 최근 7경기 7골의 좋은 폼을 월드컵 무대에서 이어갔다. 6-1. 그리고 후반 43분 독일의 역습, 아스널 스트라이커 하베르츠가 내달렸다. 운다브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눈부신 질주, 환상적인 피니시로 팀의 7번째 골, 개막전 축포를 터뜨렸다. 월드컵 무대에서 멀티골로 7대1 대승을 이끌었다.
독일의 대승만큼 인상적인 것은 독일을 뚫어낸 언더독 퀴라소의 골이었다. BBC 스포츠는 경기 후 "비록 7골이나 내주며 패했을지라도, 퀴라소가 터뜨린 한 골은 월드컵에 출전한 가장 작은 나라의 기억 속에 아주 오랫동안 살아 숨쉴 것이다. 정말 위대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앞으로 다가올 세월, 퀴라소의 팬들은 오늘의 경기 결과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첫 골과 그 순간의 환호만큼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 그들은 스스로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러워해도 좋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