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멕시코 언론들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맞닥뜨릴 대한민국을 '손흥민(LA FC)의 팀'으로 소개했다. 간판 스타를 전면에 내걸고 요주의 인물로 꼽은 건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 이후 다른 이름을 경계 대상 최상단에 올려놨다.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이다. 멕시코의 'TV 아즈테카'는 '멕시코를 위협하는 한국의 스타 황인범은 누구인가'라고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황인범은 12일 체코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는 원맨쇼로 대한민국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또 다른 매체 'TUDN'은 '멕시코의 에드손 알바레스(페네르바체)는 황인범에게 단 한 틈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황인범은 한국 미드필드의 핵심이며, 국가대표팀과 페예노르트에서 보여준 것처럼 뛰어난 공격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라며 경계할 한국 선수로 손흥민과 황인범을 뽑았다.
지난달 초만 해도 황인범이 월드컵에서 이런 평가를 받을 것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3월 소속팀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두 달 넘게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뽑혔다. 정상 컨디션으로 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렸다.
'꿈의 무대'에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역시'라는 찬사가 춤을 추고 있다. 황인범은 사전 캠프지에서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더니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자기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백승호(버밍엄시티)와 함께 중원에 포진한 그는 중앙과 상대 박스, 좌우측을 가리지 않고 상대 진영 곳곳을 누비며 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플레이 하나하나엔 '테마'가 있었다. 0-1로 뒤지던 후반 22분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이 그랬고, 후반 35분 오현규(베식타시)를 향한 특급 도움이 그랬다. 그야말로 마음껏 공격적 재능을 뽐냈다.
해외 축구 팬들도 감동했다. 황인범에게 '한국의 비티냐'라는 칭호를 달아줬다. 비티나는 포르투갈 출신으로 이강인과 함께 파리생제르맹의 유럽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이끈 세계적인 미드필더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두 번째 무대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황인범은 체코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일생일대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허리를 맡는 미드필더답게 혼자만 빛나지 않는다. 광범위한 플레이 영역과 전진성 덕에 홍명보식 3-4-3(3-4-2-1) 전술의 완성도가 부쩍 높아졌다. 황인범은 주변 동료들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내가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동료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특히 (체코전은) 옆에서 뛰었던 (백)승호에게 정말 고마웠던 경기였다"라며 "3월의 부상은 많이 아쉬웠지만, 월드컵 전까지 몸상태를 끌어올리게 해준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그 점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이제 첫 고개를 넘었을 뿐이다. 19일 오전 10시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은 더 큰 시험대다. 멕시코는 체코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미드필더를 보유했다. 남아공과의 1차전(2대0 승)에선 알바로 피달고(베티스), 브라이언 구티에레스(과달라하라), 에릭 리라(크루스 아술)로 중원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1m75 전후로 빠른 기동력과 패스를 주무기로 한다.
이들을 상대하려면 1차전보단 더 많은 거리를 더 효율적으로 뛸 필요가 있다. 황인범이 다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면 금상첨화지만, 멕시코와의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코치진의 새로운 전술적 아이디어도 첨가되어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