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카메라 앵글은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를 비췄다.
인구 52만의 소국인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월드컵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우승 후보' 스페인을 낚았다. 카보베르데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H조 1차전에서 득접없이 비겼다.
리오넬 메시 후 '최고 재능'으로 꼽히는 라민 야말(19·바르셀로나)이 교체 투입돼 월드컵체서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그 또한 카보베르데 골문을 뚫지 못했다. 스페인은 점유율 74대26으로 앞섰다. 무려 27개의 슈팅을 난사했지만 '헛심'이었다.
무려 7번의 선방을 기록한 보지냐가 단연 스타 중의 스타였다. 그는 40세 12일의 나이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최고령 선수로 역사에 등극했다. 15일 퀴라소의 엘로이 룸(37)이 세운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불혹에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보지냐는 경기 종료 후 동화같은 결과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90분 내내 쉴새 없이 응원한 수천 명의 카보베르데 팬들은 서로 껴안고 춤을 추며 무승부의 환희를 만끽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보지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 안타깝게도 두 분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두 분은 내게 모든 것이었고, 내 삶의 전부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어머니 때문이기도 하다. 비자 문제 때문에 여기에 오시지 못했다. 비자 발급 비용이 너무 비싸서 제때 신청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여기 함께 계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과는 첫 만남이지만 보지냐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는 4차례나 참가했다. 질 비센트, 리마솔, 샤베스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았다. A매치는 89경기에 출전했다. 한 경기만 더 출전하면 역대 카보베르데 대표팀 최다 출전 기록 1위와 동률을 이룬다.
그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결력이다. 오늘 합류하는 선수든, 열 살이나 열 다섯살짜리 선수든 상관없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모두들 우리가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여기에 온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항상 존중해야 할 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이 첫 출전이지만, 우리는 조국을 위해 싸우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강조했다.
보지냐는 또 "난 25세이던 2012년에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너무 늦은 나이였다. 국가대표팀을 떠날까 생각도 했지만, 이 꿈 때문에 계속 뛰기로 했다. 이번 경기는 모두를 위한 경기였다. 내가 경기 최우수 선수이긴 하지만, 이 상은 모든 동료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 앞으로도 팀과 동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보베르데는 22일 2차전에선 우루과이와 만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