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수은주가 30도대 중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라스에서 60년 만의 메이저 우승 가뭄을 깨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노마스 투헬 감독의 잉글랜드는 18일 오전 5시(한국시각) 미국 달라스스타디움에서 펼쳐질 L조 1차전에서 난적 크로아티아와 격돌한다. 8년 전인 2018년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에서 발목을 잡았던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30도대 중반을 오르내릴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어느 팀이 90분 내내 더 좋은 폼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경기당 최대 4㎏의 체중이 빠질 수 있는 극한의 환경이다.
잉글랜드 선수 대다수는 휴식 없이 2년간 살인적 스케줄을 이어왔고, 최고 수준, 고강도 축구 경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생긴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안은 채 북미와 멕시코에 도착했다. .
영국 데일리메일은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스포츠 의학 및 경기력 전문가, 프로 스포츠 유명 보충제 브랜드인 '텐퍼센트 클럽'의 스포츠 의학 총괄로 일하고 있는 도미닉 레이의 조언을 인용해 잉글랜드 지원 스태프와 스포츠 과학의 역할을 상세히 소개했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축구 강국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는 지원 스태프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레이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의 애스턴빌라에서 2년간 1군 물리치료사로 일했고, 현재 아랍에미리트 프로리그 알나스르에서 활동중인 베테랑 컨디셔닝 전문가다. 그는 "이동 거리, 미세한 시차, 더위, 습도, 그리고 몇몇 지역의 고도까지 고려해야 할 축들이 정말 많다"면서 "따라서 가장 잘 준비된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완벽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대회 기간이 진행됨에 따라 신체적, 생리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기량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루틴'이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 알고 있다. 그 리듬을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일이 매끄럽고 정시에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하게 식사 시간이 90분 가량 밀리는 등 일정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장거리 이동, 시차, 경기 일정 등으로 인해 이러한 모든 요소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대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주심 재량의 수분 섭취 시간)'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을 포함한 일부 사령탑은 날씨가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굳이 경기를 중단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레이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자체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면서 "그보다 중요한 건 모든 선수가 대회기간 내내 자신에게 맞춘 철저한 수분 공급 계획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18일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 후 24일 오전 5시 보스턴에서 가나를, 28일 오전 6시 뉴저지에서 파나마를 상대하는 잉글랜드 대표팀 일정과 관련해 레이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경기 중 수분 공급 전략의 일부일 뿐이며, 그것이 계획의 전부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 같은 전해질을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칼륨과 마그네슘을 포함한 핵심 전해질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운동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레이는 "잉글랜드 국내 시즌 동안은 선수들이 수분 공급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훨씬 더 높은 기온과 습도를 마주하고 있다. 이동 자체도 탈수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수분 공급 전략은 경기 당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4~5일 전 경기를 마친 후 어떻게 다시 수분을 보충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 전 하루 이틀 잘못된 시간이나 잘못된 온도에서 훈련하면 탈수 상태로 경기에 나서게 될 수 있다.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3~4kg의 체중이 빠질 수 있고, 땀 1리터당 1000mg 이상의 나트륨과 다른 전해질을 잃게 된다. 나는 선수들의 땀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땀 검사(Sweat Testing)'를 활용해 왔다. 만약 해리 케인의 땀 배출 속도와 땀의 구성 성분을 정확히 안다면, 그에 맞춘 개인화된 수분 공급 전략을 짤 수 있다. 어떤 팀들은 경기 당일, 아마도 경기 전 식사 후에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채취해 수분 수치를 확인하고 이에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레이는 영양보충의 중요성과 함께 셰프와 영양사들이 선수들에게 올바른 음식을 먹이기 위해 사용하는 혁신적 방법도 공개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피자 한 조각을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상한 광경처럼 비쳐졌지만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레이는 "지금도 영양팀에서 피자를 주지만, 동네 배달 전문점에서 주문한 피자가 아니다. 경기 후 선수들과 일종의 전쟁을 치러야 할 때가 있다. 선수들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지 않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그들의 몸에 음식을 밀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먹기 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줘야 하는데, 퍼포먼스 셰프들은 놀랍고 영리하다.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식단을 다 피자 형태로 탈바꿈시킨다. 유기농 또띠아 랩을 도우로 쓰고, 지방 함량이 매우 낮은 치즈와 홈메이드 토마토 퓨레를 사용한다. 여기에 먹기 아주 편하게 다진 닭고기와 잘게 썬 피망, 양파를 얹는다. 피자 형태지만 밀가루 반죽이 두껍지 않다. 그러면서도 섭취하는 영양소는 30도 폭염 속에 누구도 먹고 싶지 않을 '밥 한 공기, 잔뜩 쌓인 닭고기, 브로콜리'를 먹을 때와 똑같다. 경기 전날과 다음날은 소화가 느린 붉은 고기는 피한다. 소화가 빠른 닭고기, 칠면조, 흰살 생선, 달걀 등이 주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제되는 식단과 수분 섭취 일정, 땀 검사, 초 단위로 계획된 루틴이 존재한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 베개와 이불, 특정 온도로 설정된 호텔 방, 휴대폰이나 태블릿 화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까지 동원된다.
하지만 레이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즐기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나는 이 선수들과 함께 일해봤고, 그들은 정말 지쳐 있다. 휴식 없이 두 시즌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캠프 환경이 마치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처럼 느껴질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져 수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회복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이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있다. 골프 치는 날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수영장에서 회복 훈련을 한다면 이를 수구 경기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과거, 팀들이 패배 후 골프장에 있거나 튜브 레이스를 하는 사진이 찍혀 팬들과 언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 식의 회복은 매우 중요하다. 최악의 대처는 훈련을 더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담해져야 한다. 패배 후 골프장에 갔을 때 돌아올 비판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캠프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다른 모든 요소는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