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뼈아픈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이기혁이 먼저 용기를 냈다.
29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5분, 대한민국 진영 페널티 지역에서 높이 떠오른 공 하나가 운명을 갈랐다. 공중볼 처리를 위해 뛰어나온 김승규와 이기혁이 서로를 방해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고 공은 허무하게 흘러나왔다. 루이스 모로가 빈 골문을 향해 가볍게 밀어넣는 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실점 직후 김승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문제로 빚어진 사고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골문으로 향하던 김승규에게 먼저 다가간 건 이기혁이었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쉽지 않은 발걸음이었을 터. 그러나 이기혁은 먼저 말을 건넸고 김승규도 마음을 열었다. 화는 이미 식어 있었다. 김승규는 이기혁의 어깨를 감싸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보다 많은 것을 담은 몸짓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