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세트피스는 평가전에서 노출하지 않았다."
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2026년 북중미월드컵 사전 캠프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한 엘살바도르와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비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차린 베이스캠프에서 '세트피스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비공개 훈련 때마다 빗장을 걸어두고 세트피스를 다듬었다. 실전에서 홍명보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12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선 이전 평가전과 다르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낮게 깔리는 인스윙으로 기회를 엿봤다. 평균 신장이 월드컵 48개국 중 5번째(1m85.7)로 높은 '장신 군단' 체코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반대로 평균 신장이 1m80에 못 미치는 2차전 멕시코(1m79.5)전에서도 상대 맞춤 세트피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90분 동안 코너킥이 단 2번에 그쳤다. 준비한 필살기를 다 발휘하기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0대1로 패한 멕시코전을 마치고 "오늘 아쉽게 프리킥과 코너킥 기회가 많이 안 나왔다. 세트피스로 골을 넣으면 편하게 갈 수 있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커 엄지성(스완지시티)의 장기인 롱 스로인도 무위에 그쳤다.
2전 3기, 포기는 없다. 대한민국은 25일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남아공과의 A조 3차전을 앞두고 다시 세트피스 훈련에 주력했다. 남아공은 평균 신장이 48개국 중 2번째로 작은 1m78.8이다. 체코와의 2차전에 선발출전한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신장이 1m80이 넘는 선수는 단 3명이었다. 센터백 이메 오콘(1m87·하노버 96)을 제외하면 1m82가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다양한 세트피스 전략도 중요하지만, 일단 피지컬로 압도할 수 있는 신장차이다. 대한민국의 평균신장은 1m81.9로, 전체에서 28번째로 높다. 남아공보다 평균 3cm 더 크다. 1m90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1m89 조규성, 1m88 이한범(이상 미트윌란)의 높이가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한범은 지난 두 경기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골문을 위협했다. 조규성은 멕시코전 막바지 엄지성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가나전에서 이마로만 두 골을 넣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아프리카팀에 다시 '공포'를 안길 수 있다. 남아공은 멕시코전에서 라울 히메네스(풀럼)에게 헤더로 추가골을 허용했고, 체코전에선 롱 스로인 상황에서 미할 사딜레크(슬라비아 프라하)에게 선제골을 헌납하는 등 상대의 '고공 공격'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한범은 23일 대표팀 훈련장인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산니콜라스의 에스타디오 우니베르시타리오에서 진행한 공식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멕시코나 체코에 비해 신장이 낮다고 들었다. 우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잘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앞서 두 경기에서 1승1패 승점 3점으로 32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대한민국은 체코, 남아공(이상 승점 1·1무1패)에 승점 2점 앞서있다. 1차전에서 체코를 2대1로 꺾은 덕에 승자승 원칙에 따라 남아공을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른다. 강력한 세트피스 한 방으로 선제골을 넣으면 32강 진출이 더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몬테레이(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