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팀 리더십의 위기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부 분위기가 난장판인 듯하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11위 수준의 선수단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샌프란시스코는 23일(이하 한국시각) 기준 시즌 성적 31승46패에 그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운 상황. 와중에 아마추어 지도자 경험이 전부인 토니 바이텔로 신임 감독이 선수단에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 장면은 지난 2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나왔다. 1-2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 라파엘 데버스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자 바이텔로 감독은 대주자 조나 콕스로 교체를 지시했다. 타석에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이정후가 있었다. 이정후의 타격을 믿고, 발 빠른 콕스를 활용해 어떻게든 한 점을 쥐어짜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데버스가 교체 지시에 불응했다. 벤치를 향해 검지를 흔들어 보이며 대주자로 바뀌고 싶지 않다는 사인을 보냈다. 벤치 사인이 떨어진 이상 교체가 이뤄져야 했는데, 데버스는 콕스가 1루에 다 도착했는데도 베이스를 밟고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콕스만 머쓱해진 상황. 심판이 상황을 정리하자 그제야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는데, 데버스는 온몸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데버스는 본인이 주루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우리 쪽에 보내고 있었다. 휴식일 다음 첫 경기에서 그를 지명타자로 출전시킨 것도 오로지 주루 때문이었다. 다리에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경기를 뛰는 데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승부욕 측면에서도 경기에 계속 남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선수를 억지로 필드에서 끌어내려야 할 정도로 승부욕이 넘치는 게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낫다"고 감쌌다.
이미 난장판이 된 분위기 속에 이정후는 좌익수 뜬공에 그쳤고, 다음 타자 윌리 아다메스까지 3루수 병살타에 그쳐 1점차로 패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은 팀이 망가진 증거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데버스가 바이텔로 감독에게 보인 이런 불손한 태도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조직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팀 리더십의 위기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버스터 포지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문제아 데버스를 포함해 아다메스, 맷 채프먼까지 '빅3'를 처분할 궁리를 하고 있다. 몸값 대비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베테랑들이기 때문. 그나마 데버스는 타선의 화력에는 도움이 됐는데, 감독한테 항명한 이상 구단이 정리 대상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정후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735억원)에 계약, 올해로 3년차가 됐다. 이정후는 드디어 한국 천재 타자의 위력을 보여주며 시즌 타율 3할2푼7리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트레이드 대상으로 분류됐던 이정후는 이제 트레이드 불가 선수가 됐다. 이정후에게 마냥 좋은 일인지는 물음표다. 이미 분위기가 난장판인 샌프란시스코에서 계속 뛰느니 플레이오프 진출권 팀으로 이적해 메이저리그 타격 2위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에이스 로건 웹과 함께 트레이드 불가 대상으로 분류하겠지만, 시장에서는 이정후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은 '이정후는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최근 가장 뜨거운 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3할2푼7리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다. 이정후는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 중 2027시즌이 끝난 후 옵트아웃(선수 옵션)을 선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조항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