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일본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대한민국 축구의 최고 레전드,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한탄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최근 차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차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캡틴' 손흥민(LA FC)을 비롯해, 대한민국 축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웃 나라' 일본축구에 대한 언급이었다. 일본은 최근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독일, 스페인 등을 잡았던 일본은 한층 원숙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가전에서 브라질, 잉글랜드 등을 꺾은 일본은 이번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와 비기고, 튀니지를 잡았다. 튀니지전에서는 무려 4골을 퍼부으며, 아시아 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까지 세웠다. 일본과 32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브라질, 프랑스 등이 걱정하는 팀이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 감독은 한-일간 격차가 벌어진 이유로 유스 시스템을 꼽았다. 차 감독은 "일본은 내가 독일로 가기 전부터 독일의 유스 시스템을 가져왔다"며 "당시에도 어린 나이부터 18세까지 리그가 있었다. 유스 리그를 통해서 (1992년) 프로 리그가 만들어졌기에 바닥이 굉장히 튼튼하다. 우리는 구조가 기형적으로 만들어져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일본만큼 못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그 구조를 통해서 선수들이 나왔다. 그리고 자국 리그를 거쳐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이한 게 프로팀이든 대표팀든 선수 개인의 (플레이) 패턴이 같다. 그렇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일본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했다. 차 감독은 마지막으로 "내가 보기에도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손흥민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체코, 멕시코와의 1, 2차전에 모두 선발 원톱으로 출격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교체 타이밍이 이르다는 지적도 았지만, 손흥민의 결정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차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손흥민의) 경기력이 저하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며 "체력을 회복하는 속도는 좀 늦을 순 있다. 그러나 경기력에서는 손흥민이 가지고 있던 게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차 감독은 전방 보다는 손흥민이 자주 뛰었던 측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차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 나이는 큰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전방보다 양쪽 측면이 훨씬 더 활동하기가 좋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전략적으로 손흥민을 전방에 세우지 않았느냐. 그렇게 해서 체코전에서는 두 골까지 만들어냈다. 그거는 선수(손흥민)가 팀을 위해서 상당히 잘했다는 생각"이라며 "손흥민이 전방에 선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차 감독은 자신의 첫 월드컵을 돌아봤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였던 차 감독은 33세였던 1986년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차 감독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이 끝난 다음에 독일을 갔다. 독일에 있을 땐 (국가대표 발탁 여부에 대해) 한국에서 여러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1986년에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는데, 몸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오른쪽 발목 뒤) 힘줄이 지나가야 하는데, 독일에서 브레멘 원정을 뛰다가 뽕(축구화 스터드)에 찍혔다. 수술해야 하는데 그러면 월드컵을 못 나가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차 감독의 첫 월드컵 후 한구축구는 무려 11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은 2002년 한-일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 대회,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16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최초의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노리고 있다. 차 감독은 "지금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신뢰가 선수에게 자꾸 쌓여야 한다"며 "구성원이 예전과 달리 지금은 거의 다 해외에서 뛰니까 경험이 많다. 이제 기가 눌려서 경기를 하는 게 없지 않느냐. 이런 경기력이 계속 쌓이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향해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차 감독은 "지금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8강까지 갈 실력이나 선수 구성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축구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32강, 16강을 넘어서 8강까지 가기를 정말 희망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