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녹슨 전차' 독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32강에서 '광탈(광속탈락)'했다. '보스턴 대참사'다.
독일은 30일(한국시각) 미국 보스턴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전반 42분 훌리오 엔시소(스트라스부르)에 선제골을 헌납하며 전반을 0-1로 마친 독일은 후반 9분 카이 하베르츠(아스널)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양팀은 연장전 포함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겼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파라과이가 골키퍼 오를란도 힐의 더블 선방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했다. 12년만에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한 독일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깜짝 8강 진출을 달성한 파라과이는 16년만에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랑스-스웨덴의 32강전 승자와 7월5일 필라델피아에서 16강전을 펼칠 예정이다.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4-4-2 포메이션에서 카이 하베르츠(아스널), 데니스 운다브(슈투타그르트) 투톱을 가동했다. '특급 조커' 운다브를 과감히 선발로 기용한 것은 이른 선제골을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와 르로이 사네(갈라타사라이)가 양 날개를 맡고, 펠릭스 은메차(도르트문트)와 알렉산더 파블로비치(바이에른뮌헨)가 중앙 미드필더 듀오를 꾸렸다. 조슈아 키미히(바이에른뮌헨), 안토니오 뤼디거(레알마드리드), 조나단 타(바이에른뮌헨), 나다니엘 브라운(프랑크푸르트)이 포백에 늘어섰다. 백전노장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뮌헨)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구스타보 알파로 감독이 이끄는 파라과이는 4-5-1 포메이션으로 독일에 맞섰다. 가브리엘 아발로스(인디펜디엔테)가 공격 선봉을 맡고, 미구엘 알미론(애틀랜타유나이티드), 다미안 보바디야(상파울루), 안드레스 쿠바스(밴쿠버 화이트캡스), 마티아스 갈라르사(애틀랜타유나이티드), 훌리오 엔시소(스트라스부르)가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후안 호세 카세레스(디나모모스크바), 구스타보 고메스(파우메이라스), 호세 카날레(라누스), 주니오 알론소(아틀레치쿠미네이루)가 백포 라인을 꾸렸다. 오를란도 힐(산로렌소)이 골문을 지켰다.
파라과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반 2분, 코너킥 상황에서 알론소의 왼발 발리슛이 빗맞으며 노이어 선방에 막혔다. 독일이 반격에 나섰다. 6분, 하베르츠가 상대 박스 안에서 뒤로 내준 공을 운다브가 골문 상단을 노리고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떴다. 8분 비르츠의 중거리 슛도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독일은 후방에서 수비 진영에 많은 숫자를 둔 파라과이에 대한 파훼법은 찾지 못한 채 볼 돌리기에 집중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도 변화는 없었다. 공격수와 측면 윙어들은 별다른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루한 공방전이 지속되던 전반 42분, 파라과이가 경기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알미론이 돌아뛰는 갈라르사에게 패스를 찔렀다. 갈라르사가 그대로 오른발로 강하게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엔시소가 헤더로 연결, 노이어 선방을 피해 골망을 흔들었다.
다급해진 독일의 은메차와 키미히가 연속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반은 파라과이가 한 골 앞선 채 마무리됐다.
나겔스만 감독은 하프타임에 은메차를 빼고 베테랑 레온 고레츠카를 투입하며 중원에 변화를 꾀했다. 후반 5분 엔시소의 슈팅은 노이어가 막았다. 9분, 독일이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헤더는 헤더로 응수했다. 비르츠가 좌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하베르츠가 감각적으로 방향만 돌려놓았다. 공은 골대 우측 구석으로 향했다.
파라과이는 실점 직후 아발로스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구스타보 카바예로를 투입했다. 후반 12분엔 엔시소가 부상으로 빠지고 마우리시우가 투입됐다. 독일도 후반 18분 운다브를 빼고 자말 무시알라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운다브 선발 카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후반 중반에도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독일이 다시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32분 문전에서 높이 뛰어올라 크로스를 강하게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독일은 후반 34분 파블로비치를 빼고 발데마르 안톤을 투입했다. 수비수 안톤이 라이트백 위치로 이동하고, 키미히가 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반 43분, 독일이 승부수를 띄웠다. 윙어 사네를 빼고 장신 공격수 닉 볼테마데를 투입한 것이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코너킥 찬스에서 타의 헤더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막혔다. 추가 득점은 없었다. 연장전에 돌입했다.
파라과이는 알미론을 빼고 구스타보 벨라케스를 투입하며 득점 의지를 끌어올렸다. 연장 전반 3분과 7분 볼테마데의 연이은 슛이 무위에 그쳤다. 분위기는 독일이 확실히 주도했다. 9분, 파라과이가 보바디야, 후안 호세 카세레스를 빼고 안토니오 사나브리아, 브라이안 오제다를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리던 독일이 결국 고공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듯 했다. 12분, 우측 코너킥 찬스에서 브라운이 왼발로 길게 올린 공을 타가 강력한 헤더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주심은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온필드 리뷰를 거쳐 타가 헤더를 하기 전 상황에서 안톤이 상대 골키퍼에 반칙을 범했다고 판단해 득점을 무효 처리했다.
독일은 연장후반 5분 비르츠, 뤼디거를 빼고 말릭 치아우와 나딤 아미리를 투입하며 부족한 에너지를 채웠다. 경기는 거칠어졌다. 경고비가 쏟아졌다. 연장 후반 14분, 안톤의 헤더는 상대 골키퍼 품에 안겼다. 15분, 하베르츠가 박스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아미리의 직접 프리킥은 옆그물을 때렸다. 연장후반 추가시간 2분 알론소를 빼고 파비안 발부에나를 투입했다. 120분 경기가 모두 막을 내렸다.
이어진 승부차기. 독일 1번 키커 하베르츠의 슛이 힐 골키퍼에 막혔다. 파라과이 1번 키커 마우리시우는 침착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파라과이 1-0. 독일 2번 키커 키미히는 골키퍼 방향을 완전히 속이며 독일에 첫 득점을 안겼다. 파라과이 고메스가 뒤이어 골문을 열었다. 파라과이 2-1. 독일 무시알라가 골문 구석으로 차넣으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갈라르사가 득점으로 응답했다. 파라과이 3-2 리드. 독일 4번째 키커 볼테마데의 슛이 다시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사나브리아의 슛이 골대를 벗어났다. 독일의 마지막 키커인 아미리의 슛이 골문 우측 하단에 꽂혔다. 3-3 동점. 파라과이의 마지막 키커인 발부에나의 슛이 노이어 선방에 막혔다. 3-3 동점, 독일이 죽다 살아났다. 독일의 6번째 키커인 타의 슛은 하늘높이 떴다. 파라과이의 6번째 키커인 호세 카날레가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최종 승자는 파라과이가 됐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