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등 체육단체는 대의원에 의한 소수 간접선거제가 아니라 체육인 모두에 의한 직선제를 도입하도록 행정지도를 하시도록 지시했는데 잘 이행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의 32강행이 불발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이라면서 체육단체 직선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직선제' 의지를 천명했다. "축구협회의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기존 정관에 따라 예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염려가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허탈감에 빠진 온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못할 것입니다. 방법은 찾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북중미월드컵 2주 전인 지난달 29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정부는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7월 16일 '대한체육회장 선출' 정관 개정을 위한 대의원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종목단체 대한축구협회 직선제가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대한축구협회 사상 첫 직선제가 가능할까. 정확히 말하면 완전 직선제는 아니다. '선거인단 확대'다.
당초엔 유승민 회장의 공약사항인 대한체육회장 선거제도 개선이 화두였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유 회장이 직접 보고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한체육회뿐 아니라 종목단체, 시도체육회까지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예상대로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2월 27일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상정했으나 일부 종목 단체들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해 의결이 보류됐었다. 5개월 넘게 대의원 및 회원단체 대상 공청회, 간담회 등 여론 수렴이 진행됐다. 선거인단 확대는 대한체육회 대의원은 물론 회원단체 경기인, 대의원, 임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선수의 경우 최근 4년 내 한번이라도 전국종합체육대회(체전, 소년체전, 생활체육대축전) 또는 국가대표 강화 훈련 참가 이력이 있는 자로 규정했다. 이 경우 총 선거인단 수는 약 11만명에 달한다. 기존 2000명에서 5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해당 정관 개정이 의결됐고, 16일 대의원 총회 투표를 통해 '선거인단 확대' 정관 개정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총 124명의 재적 대의원 중 3분의 2인 83명 이상이 동의하면 통과된다.
당초 종목단체는 2029년, 시도체육회는 2030년 선거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12월 16일로 예정된 16개 시도체육회장 선거, 12월 23일 진행될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의 경우 선거인단 구성, 선거 방식 등에 대한 선관위와의 협의가 이미 1년 전에 끝난 만큼 이번엔 기존 방식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안팎의 압박 속에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시도체육회보다도 앞서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소위 '직선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체육회 회원 종목단체 규정에 의거한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궐위시 60일 이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정 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문제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정부가 원하는 소위 '직선제' 도입시 60일은 절대 부족하다는 것. 선거인단 선정 및 투표 장소, 시스템 도입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KFA의 경우 정관 개정시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회장의 사표 제출과 동시에 6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만큼, 사표 제출 시기를 미룰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격앙된 여론이나 정 회장의 정공법 스타일로 미뤄볼 때 현실성이 낮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직선제를 언급한 상황에서 기존 200명의 '체육관 선거' 방식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16일 대한체육회 총회에서 선거인단 확대 정관 개정이 의결되고, 대한축구협회가 '직선제' 정관 개정을 진행할 의사가 있을 경우, 대한체육회는 빠른 시간 내 이사회를 소집해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을 통해 '60일 이내 규정'에 예외 규정을 둘 수도 있다.
물론 준비 기간이 짧고, 첫 제도 도입인 탓에 난관과 무리수도 예상된다. 기존 200~300명의 선거인단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어떻게 늘릴지, 공정한 선거관리는 어떻게 할지, 예를 들어 기존 선거인단의 10~15배인 3000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할 경우 축구 팬 눈높이에서 이를 직선제로 볼 수 있을지, 대표성 측면에서 또다른 논란이 따를 수 있다. 1만~2만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할 경우 행정 및 운영의 부담과 당장 필요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도 숙제다. 대한체육회는 비용 절감을 위한 모바일 투표를 권고하고 있지만 FIFA가 회장 선거에서는 모바일 투표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할 숙제다. 회장 궐위 후 거버넌스 위기 속에 첫 직선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등 행정 절차를 누가 진행할지도 당면한 문제다. 하지만 "방법은 찾으면 된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